방역 사령관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영국은 감염병과의 공존을 택했다.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이 감염되면서 보리스 존슨 총리, 리시 수낙 재무장관이 자가격리됐지만 영국은 19일 예정대로 ‘자유의 날’을 선언했다. 비판 목소리가 커졌지만 존슨 총리는 “지금이 격리를 해제해야 할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19일 영국 보건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만8161명이다. 인도네시아 브라질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매일 5만 명 가까운 환자가 나왔지만 영국은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모두 풀었다.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나이트클럽이 문을 열었다. 병원 공항 등 일부 공공장소를 제외하면 실내에선 꼭 마스크를 쓰도록 한 법적 의무조항도 사라졌다. 다만 런던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 착용 조항 등을 유지하기로 했다.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사망자는 25명이다. 최근 평균 치사율은 0.1%를 밑돈다. 계절 독감과 비슷하다. 영국에서 백신을 한 번 이상 접종한 사람은 87.9%,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68.3%에 이른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코로나19와 사망 간 연관성이 끊어졌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과학계 시선은 곱지 않다. 닐 퍼거슨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는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을 향해 가고 있다”며 “신규 환자 20만 명, 입원 2000명에 달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국가에선 델타 변이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4%에 불과한 베트남은 18일 하루 확진자가 5887명으로 코로나19 유행 후 최대치로 늘었다. 방역당국은 호찌민 등 남부에만 시행하던 봉쇄령을 하노이로 확대했다.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으로 거리에 인파가 몰렸던 이탈리아에서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18일 신규 환자는 3127명으로 5월 29일 이후 최대다. 신규 환자 평균 나이가 28세로 젊어 사망자 급증으로까진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백신 미접종자의 음식점 입장을 제한하는 대책을 준비 중이다.
지역별 백신 접종률 격차가 큰 미국에선 접종을 독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비베크 머시 미 공중보건서비스단장은 “백신 미접종자에게 감염이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일어날 일이 걱정된다”고 했다. 미국 코로나19 사망자의 99.5%는 백신 미접종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페이스북 등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백신 거부의 원인 중 하나로 SNS를 지목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정부가 페이스북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고 평가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