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분석으로 필요한 영양제만 골라 받는 날이 머지않았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가 건강기능식품 기업을 인수해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뛰어든다. 생활습관뿐만 아니라 유전정보를 통해 맞춤형 영양제를 직접 생산·공급하는 서비스로 한국과 북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EDGC는 캐나다 건강기능식품 기업인 내츄럴라이프뉴트리션의 지분 50%를 인수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인수 규모는 250억원이다. 이번 인수로 EDGC는 건강기능식품 제조와 공급을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내츄럴라이프뉴트리션은 오메가3, 프로바이오틱스, 비타민 관련 건강기능식품 38개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GMP) 공장과 한국, 북미 유통망도 갖추고 있다.
EDGC가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뛰어든 데는 유전자 분석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찾아야 한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유전자 분석 기업은 향후 먹거리 사업으로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지만 검사 항목 규제로 인해 사업 확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검사 가능 항목이 일본 360개, 미국 260개인 데 반해 국내는 70개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의료기관을 통한 유전자 검사 서비스나 코로나19 진단 사업 등에서 수익원을 모색해왔다.
DTC 서비스와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연계하면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019년 4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9000억원 수준으로 6.5% 커졌다.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금은 특정 제품의 경우 성분이 동일해야 하지만 개인 맞춤형 제품은 성분이 제품마다 달라진다. EDGC는 보유 중인 인간 유전자 분석 데이터 38만 건을 바탕으로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 뒤 검사 결과에 따라 개인별 맞춤형 영양제를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민섭 EDGC 대표(사진)는 “건강기능식품 사업에서만 2024년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며 “지난해 925억원이었던 연매출 규모를 두 배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한국인에 특화된 개인 맞춤형 영양제를 이미 CJ제일제당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올해 말 출시가 목표다. CJ제일제당은 맞춤형 영양제를 비롯한 건강관리 사업에 특화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 사업부를 이달 초 사내독립기업(CIC)으로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EDGC는 이와 별도로 향후 자체 유통망을 활용해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이 대표는 “미국과 캐나다에선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프리미엄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하겠다”며 “중국,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현지 협력사를 발굴해 건강기능식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사업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