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위안화는 '양날의 검'…심각한 금융위기 불러올 수도"

입력 2021-07-19 15:21
수정 2021-09-30 11:04

중국이 도입하고 있는 디지털 법정화폐인 '디지털 위안화(e-CNY)'가 '양날의 검'과 같으며, 심각한 금융 위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5일 SCMP가 주최한 디지털 위안화에 관한 온라인 토론에서 황이핑 베이징대 경제학 교수는 "기술은 항상 '양날의 검'"이라며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의 장단점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당국은 실시간으로 효과적인 통화 감시를 할 수 있어 대외 결제 시스템에 대한 감시역량을 강화할 수 있지만, 동시에 투기꾼 등도 기술을 활용해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올바로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금융 위험이나 심지어 금융 위기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시에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엄격한 통화 통제로 중국 금융 서비스 분야가 외국 투자자에 닫혀있고 대외 결제도 제한돼 있지만, 당국이 지난 3월 공개한 14차 5개년 경제계획(14·5계획, 2021~2025년)에서 상당한 개방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금융 제재 부과를 강화하는 데 대한 대응으로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서두르고 있다. 국제 금융과 무역, 투자에서 위안화의 사용을 늘림으로써 미국 달러를 우회하는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디지털 위안화는 이런 위안화 국제화의 핵심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황 교수는 "중국의 자본 개방과 위안화의 국제화는 핵심 정책 목표이지만 개방에 따른 이익과 위험 사이에 균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점진적으로 개방해야한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EY의 헨리 정 분석가는 "사람들은 디지털 위안화의 편리함과 개인정보 사이에서 좀 더 균형 잡힌 고려를 하게 될 것"이라며 "당국과 은행,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고객 정보 보호를 위한 역량을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위안화로 돈세탁 방지 등 중앙정부의 통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동시에 개인 정보 침해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결제은행(BIS) 홍콩센터의 베네딕트 놀런은 "'통제가능한 익명성'을 통한 디지털 위안의 추적 가능성은 인민은행의 자금 세탁 방지 노력에 매우 중요하다"며 "의심스러운 거래는 범죄 예방과 처벌을 위해 추적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제 가능한 익명성'(可控匿名)은 인민은행이 통제와 사생활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겠다면서 내세우는 구호다.

한편,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시범 사용 규모가 이미 한화로 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지난 16일 펴낸 '중국 디지털 위안화 발전 백서'에서 지난 6월 말을 기준으로 디지털 위안화 거래 횟수와 총 누적 거래액이 각각 7075만건, 345억위안(약 6조945억원)이었다고 집계했다.

인민은행의 승인을 얻어 상시로 이뤄지는 디지털 위안화 시험에 참여 중인 사람이 1000만 명을 넘은 가운데 지금까지 개설된 개인용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의 개수는 2087만개였다. 또 중국 전역에 걸친 시범 지역에서 디지털 위안화 사용이 가능한 곳은 132만 곳에 달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도입 준비는 거의 막바지에 달해 언제든 공식 도입 선언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상하이, 선전, 쑤저우, 베이징 올림픽 개최지 등 중국 전역 11개 시범 지역에서 대부분 사람이 원하기만 하면 은행을 방문해 전자지갑을 만들어 디지털 위안화를 일상에서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백서를 통해 디지털 위안화 공식 도입의 시간표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이 내년 2월 개최될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통해 세계 최초의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를 국제사회에 대대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