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빅테크 규제' 강화되자…국내 주식시장에 벌어진 일

입력 2021-07-19 15:54
수정 2021-08-13 00:01

중국 정부의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규제 리스크'로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이 증발하고, 신흥국 증시에서 패시브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한국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에 상장된 테크 기업 상위 30개 종목을 추종하는 항셍테크지수는 2월 17일 고점을 찍은 후 급락했다. 16일 기준 지수는 고점 대비 30% 하락했다. 이 지수는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투안 등의 종목을 추종하는데, 이들 기업이 반독점 규제 이슈 등으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자국 내 플랫폼 기업 때리기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앤트 그룹 상장 중단, 올해 4월 알리바바 대상 28억 달러 벌금 부과에 이어 플랫폼 기업 반독점 여부 조사 등으로 이어졌다. 차량공유플랫폼 디디추싱이 미국에 상장하자 국가 안보 조사 대상에 올리고 애플리케이션(앱) 삭제 조치까지 하는 등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중국인들의 삶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쌓은 빅데이터가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신흥국 주식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EM) 상위 10개 종목 중 세 종목이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투안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이다. 이들 종목이 MSCI EM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5%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면 MSCI EM에 대한 투자 심리도 위축되고, MSCI EM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에서 돈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규제를 받고 있는 기업이 대부분 데이터를 다루는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에서 IT·커뮤니케이션 섹터에 대한 투자 심리도 얼어붙었다. 중국 대만 한국 시장 비중이 높은 MSCI EM 내에서는 IT와 커뮤니케이션 섹터 비중이 각각 20.7%, 11.2%에 달한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발(發) 규제가 신흥국으로 들어오는 패시브 자금 유입 둔화로 이어졌다"며 "중국 빅테크 기업 규제가 국내 주식시장 수급에까지 영향을 미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정부 규제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의 핵심이 시장의 성장 자체를 억제하겠다는 것 보다는 독점을 막고 경쟁을 효율화하겠다는 취지라는 판단이다. 노 연구원은 "이탈했던 자금이 되돌아오는 국면이 되면 중국발 규제로 직격탄을 맞았던 신흥국 IT와 커뮤니케이션 섹터 수익률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IT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