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16일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작년 8월 기소된 지 11개월 만이다. 이 전 기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취재한다는 이유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접근해 그를 회유·협박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사건의 심리를 맡은 홍창우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단독 부장판사는 이 전 기자는 물론 함께 기소된 후배 백모 기자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협박(구체적 해악)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검언유착도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언급한 신라젠 수사 내용은 이미 언론에 보도됐거나 취재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이라 그 자체로 검언유착의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홍 부장판사가 이 전 기자를 옹호만 한 것은 아니다. 판결문에 적진 않았지만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어 형사법으로 처벌하지 않겠지만, 피고인들의 행위는 명백히 취재윤리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는 “무죄를 선고하지만 이는 피고인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다”며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이 판결은 검언유착 사건을 다층적으로 조망했다. 하지만 홍 부장판사의 의도와 상관없이 또 다른 충돌의 계기가 됐다. 정치권을 비롯해 이 사건과 연관된 사람은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유리한 내용만 증폭시키고 있다. 이 전 기자는 선고 후 “이제는 누가 검언유착 프레임을 기획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을 고발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사의 제 식구 감싸기 등으로 수사가 혼선을 빚을 때부터 예견된 결과”라고 맞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수사를 새롭게 맡겨야 한다”고 거들었다. 한쪽은 무죄만 강조하며 취재윤리 위반에 대한 반성이 없고, 다른 쪽은 취재윤리 위반에만 초점을 맞춰 무리한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판결의 본뜻은 사라지고 ‘입맛’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증폭시키는 모양새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과 다를 바 없다.
우려되는 것은 판결 후 정치적 갈등이 잦아들기는커녕 더 심해질 공산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제 1심의 판단은 끝났고 검찰의 항소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은 쓸데없는 소음을 일으키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각자 필요에 따라 1심 판결에 왜곡된 이미지를 주입하는 것은 국민분열만 심화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