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스페이스X 손잡고 KAI '차세대 중형위성' 쏜다

입력 2021-07-18 17:53
수정 2021-07-19 09:53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와 손잡고 차세대 중형위성 발사체 개발에 나선다. 발사 성공률이 높으면서도 비용이 싼 스페이스X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다. 국내에서도 발사체 등 항공우주 사업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AI는 스페이스X와 차세대 중형위성 4호 발사체 계약을 맺었다고 18일 발표했다. 두 회사는 발사체 외에도 향후 항공우주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김정호 KAI 최고재무책임자(CFO·상무)는 지난 5월 미국 현지에서 스페이스X 측과 만나 스페이스X의 아시아 시장 진출에 대해 협의했다.

차세대중형위성 개발 사업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주관하고 KAI가 공동 개발자로 참여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500㎏급 중형위성 5기를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지난 3월 발사된 1호기는 항우연이 주도했으나, 2~5호는 제작과 발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KAI가 주관한다. 1호 위성은 러시아 소유즈 발사체에 실려 쏘아올렸고, 3호는 KAI 등 국내 기업이 만든 한국형 발사체로 발사된다.

4호(농림상황 관측), 5호(수자원 관측) 위성은 2025년까지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이 중 KAI는 4호 위성을 스페이스X 발사체에 실어 쏘아올리겠다는 계획이다. 5호 위성도 스페이스X 발사체를 활용할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스페이스X는 머스크가 2002년 설립한 민간 우주개발업체다. 연내 우주관광비행도 계획하고 있다. KAI는 스페이스X와의 계약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형 발사체나 다른 외국 기관 발사체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성공률도 높다는 게 KAI 측 설명이다.

KAI는 지난 2월 뉴스페이스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는 등 향후 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항공우주시장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KAI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위성 설계부터 제작, 조립, 시험 등 모든 단계의 개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엔 20기 이상 초소형 위성의 동시 제작이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우주센터를 준공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총 3500억원 규모인 국내 우주제조 분야 중 KAI가 4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안현호 KAI 사장은 “위성영상을 분석하고 기후, 국토관리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제공을 위해 향후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 제휴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