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모든 분야에서 대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새로운 용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요즘 들어 가장 뜨거운 신조어는 ‘테크래시(techlash)’다. 테크래시란 ‘기술(technology)’과 ‘반발(backlash)’의 합성어로 각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 간 힘 겨루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쌍방향 의미의 용어다.
주도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6년 전 미국과의 경제 패권을 겨냥한 ‘제조업 2025’를 추진하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육성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왔던 중국이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이후 바뀌었다. 중국은 △해외상장 제한 △민간기업 빅데이터 공유 △반독점법 적용 확대 등을 통해 빅테크 기업을 이중삼중으로 옥죄고 있다.
미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아마존 킬러’로 알려진 리나 칸을 연방거래위원회 수장에 임명한 뒤 △경쟁사 킬러 인수 규제 △핵심인력 빼내기 제한 △망 중립성 확보 △제품 수리권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다른 점은 날로 심해지고 있는 빅테크 기업의 독점 행위를 규제해 자국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려는 의도도 크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미·중 간 테크래시가 급부상한 현상을 제대로 알려면 ‘나바로 패러다임’과 ‘설리번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견제 이론과 실무를 제공한 피터 나바로 당시 국가무역위원장은 “중국은 악이며, 악의 근원은 공산당”이라는 인식을 토대로 철저한 봉쇄전략을 추진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72%에 수준에 이를 만큼 경제력 격차가 좁혀졌다. 골드만삭스 등은 아무리 일러도 2030년을 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중국의 추월이 2028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한다면 자신의 임기 중에 경제 패권을 중국에 내주는 최악의 수모를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위기감을 느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때리기의 주역으로 앉힌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세계 국가의 3분의 2가 최대 무역 파트너로 삼고 있는 중국의 존재를 인정하고, 미국의 강점인 네트워크와 첨단기술 우위를 더 강화하는 스파이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나바로가 ‘까마귀 대 까마귀’ 싸움을 택했다면 셀러번은 ‘까마귀 대 독수리’ 싸움을 선택했다.
설리번 패러다임은 주효했다. 다른 요인도 결부돼 있지만 알리바바, 텐센트, 디디추싱,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의 상징 기업들이 일제히 흔들리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우선순위를 뒀던 반도체 굴기의 상징인 칭화유니온그룹은 파산 일보 직전이다. 화웨이는 조만간 미국 시장에서 배척당할 위기에 몰리고 있다.
테크래시에는 미국과 중국이 국가 권력을 넘보는 빅테크 기업의 독점력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크다. 국민(중국은 인민) 화합 차원에서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횡재 효과(bonanza effect)’를 누린 빅테크의 이익을 줄여 ‘상흔 효과(scaring effect)’로 인해 거리로 내몰리는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을 지원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테크래시가 갈수록 범세계적인 성격을 띰에 따라 디지털 뉴라운드 협상이 전개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디지털 뉴라운드 협상은 디지털 경쟁정책 라운드(CR·빅테크 독점 규제), 디지털 기술 라운드(TR·랜섬웨어 차단), 디지털 노동 라운드(BR·빈곤층 고용 차별), 디지털 환경 라운드(GR·무관세 모라토리엄 방지) 등 ‘4R’이 핵심이다.
고민은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 위주로 해외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서학개미들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테크래시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만큼 올해 말을 겨냥해 배당 성향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