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향한 日공사 '부적절 발언'에…한·일 관계 더 꼬였다

입력 2021-07-18 15:03
수정 2021-07-18 15:12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며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되던 문 대통령의 방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르면 19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방일이 불발될 경우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한·일 관계 개선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지난 17일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소마 공사의 발언에 대해 엄중히 항의했다. 앞서 JTBC는 전날 소마 공사가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을 하고 있다”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대사관은 해당 보도 직후 국내 취재진에 아이보시 대사 명의로 “결코 문 대통령에 대한 발언이 아니었다”며 “외교관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하며 매우 유감”이라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일본대사관이 대사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그만큼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는 관측이 나왔다.

일본대사관 ‘서열 2위’의 부적절한 발언은 문 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한·일 양국은 오는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방향을 조율해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자국 언론에 협의사항을 일방적으로 유출하고 있다며 외교부가 유감을 표명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의 독도 표기와 한국 선수단의 이순신 장군 격언을 인용한 현수막 사용 등을 둘러싼 양국 갈등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의 방일이 무산될 경우 올해 안에 한·일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 관련 입국자들에게 사흘간의 자가격리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르면 19일 방일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문 대통령 대신 김부겸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한국은 내년 3월 대선을 앞고 있고 일본도 가을에 총선거를 치른다는 점에서 정상회담이 무산될 경우 문재인 정부 내 양국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청와대는 방일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취재진에 “우리는 마지막까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며 “회담 성과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있고 전향적인 답변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