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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등에 칼을 꽂은 남자, 그리고 비트코인을 끝까지 지키는 남자.
이 두 사람이 토론으로 맞붙는다. 세계적인 스타 벤처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잭 도시 트위터 CEO가 다음주 비트코인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머스크와 도시는 오는 21일 낮 12시(미국 동부시간) 시작하는 비트코인 콘퍼런스 '더 B 워드(The B Word)'에서 토론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크립토 카운슬 포 이노베이션(CCI)'이라는 단체가 준비하고 있다. CCI는 대표적인 '친(親) 비트코인' 기업으로 꼽히는 아크인베스트, 스퀘어, 패러다임이 뭉쳐 만든 조직이다. 주최 측은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행사"라고 소개했다.
이번 만남은 지난달 말 머스크와 도시가 뼈 있는 트윗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우연히 성사됐다. 도시가 트위터에 행사 홍보 글을 올리자 머스크는 비꼬는 듯한 댓글을 달았다. 비트코인의 앞 글자를 딴 '더 B 워드'라는 이름이 양성애에 대한 호기심을 의미하는 단어(bicurious)냐고 물은 뒤 "아 맞다, 비트코인이구나"라며 도시를 자극했다.
도시는 머스크를 향해 "기괴하다"고 맞받아친 뒤 "행사에서 나와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머스크는 "좋다"고 응수했고, 도시는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마켓인사이더는 "도시와 머스크가 함께 공개적으로 등장하는 첫 자리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올 초만 해도 '비트코인 지지자'를 자처했으나 지난 5월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허용 중단을 기습 발표해 시장을 발칵 뒤집어놨다.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지적하며 그 대안으로 도지코인을 띄우기도 했다. '머스크 호재'를 동력으로 삼아 지난 4월 800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값은 4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당시 도시는 "특정인이 암호화폐를 바꾸거나 막을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암호화폐 매체 더블록은 "도시가 비트코인 전도사라면 머스크는 비트코인에 대해 비판적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토론은 흥미로울 것"이라고 했다.
도시는 예나 지금이나 '일편단심' 비트코인 지지자다. 도시가 트위터와 함께 CEO를 겸직하고 있는 모바일 결제 기업 스퀘어는 비트코인에 기반한 금융상품 개발을 돕는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도시는 지난 15일 트위터에서 "승인이 필요 없고 탈중앙화된 금융 서비스를 용이하게 만드는 오픈 개발자 플랫폼을 구축 중"이라며 "핵심은 비트코인"이라고 밝혔다.
스퀘어는 지난해 10월 회삿돈으로 비트코인 4709개를 사들인 데 이어 올 2월 3318개를 추가 매입했다.
더 B 워드에서는 비트코인 생태계, 보안, 규제 등을 주제로 다양한 세션이 예고돼 있다. 비트코인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짚어보는 라이브 세션에는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도 등장한다.
그런데 주최 측이 공개한 참석자 명단에 머스크 이름은 들어있지 않은 상태다. 슬그머니 취소한 것은 아닐까. CCI는 이와 관련한 본지 질의에 "다음주 월요일에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