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노동자 갑질시험' 논란…"인사평가에 성적 반영"

입력 2021-07-17 12:20
수정 2021-07-17 12:21

서울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와 관련해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서울대 측이 노동자들에게 시험을 치르게 하고 이 점수를 인사평가에 반영한다고 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17일 서울대가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치른 이른바 '갑질' 시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노조는 해당 사진을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사진 속에는 '제1회 미화 업무 필기 고사'라고 적힌 시험과 관련한 안내사항이 적혀있다. 안내문에 따르면 서울대 측은 시험 점수를 "근무성적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명시해 놨다. '점수 :100점 만점', '1번~9번까지 1개 문제당 10점', '10번 문제는 1점~2점/총 10점' 등 점수 배분과 관련한 설명도 자세히 담겨 있었다.

해당 시험은 지난달 9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대 900동 회의실에서 예고없이 치러졌다. 시험은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게 하거나 기숙사 첫 개관연도 등을 질문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와 관련 각종 비난이 쏟아지자 서울대 측은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학교 특성상 필요시 청소노동자들이 응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였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노조는 공개된 사진을 통해 서울대 측의 해명이 거짓임을 주장했다. 노조는 "청소 노동자들에게 필요도 없고, 동시에 취약한 '필기시험'이라는 방식으로 모멸감을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숨진 청소노동자와 함께 시험을 치른 또다른 서울대 청소노동자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티에프(TF)와 간담회에 참석해 "다른 동료들 앞에서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점수가 보이는 채로 시험지 나눠줘서 0점 받은 사람한테는 '0점이네요' 하면서 시험지를 줬다. 지적 받은 사람은 속상해서 울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26일 청소노동자 이모씨(59)가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의 죽음 두고 노조와 유가족 측은 서울대의 과도한 업무 지시와 군대식 인사 관리, 노동강도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노조 측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서울대가 학내 인권센터에 맡긴 점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노조 등이 참여하는 공동 조사단이 나서야 한다는 게 노조와 유가족 측의 주장이다.

노조는 오세정 서울대 총장에게 "유가족과 노조가 요청하는, 국회까지 포함한 공동 조사단을 이른 시일 내에 수용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