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출신 고승범의 매파 본색…"당장 금리 올리자"

입력 2021-07-16 18:09
수정 2021-07-17 01:14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사진)이 지난 15일 열린 금통위에서 위원 7명 가운데 홀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불어난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번진 위기를 관리했던 관료 시절 경험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 시각을 형성한 배경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고 위원은 2016년 4월 금융위원장 추천으로 금통위원에 선임된 이후 총 45번의 기준금리 결정회의에 참석했다. 금통위 멤버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 다음으로 참석 횟수가 많다. 처음 금통위에 합류했을 당시만 해도 성장에 무게를 두는 관료 출신인 만큼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2018년 10월 열린 금통위에서 당시 이일형 위원과 함께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처음 제시하며 매파 색채를 드러냈다.

고 위원이 2년9개월 만에 인상 소수의견을 내자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이달에는 소수의견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기 때문이다. 소수의견이 등장하자 시장 일각에선 한은이 다음달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의 매파 색채는 지난 5월 여신금융협회가 개최한 ‘최근 경제 상황과 향후 정책 과제’라는 강연회에서 일부 감지됐다. 이 자리에서 민간 부채·부동산 금융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데 대해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0.5%로 내려가면서 폭증한 가계부채는 성장률을 갉아먹고 금융 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인식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의견을 제시했다는 해석이 많다.

그의 우려처럼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올 1분기 말 가계부채는 4226조원으로, 작년 1분기 말보다 362조원 늘었다. 지난해 말 부동산금융(부동산 관련 금융상품·대출)은 2279조3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10.3%(212조2000억원) 증가했다.

고 위원은 행시 28회로 1986년 재무부 국제금융국에서 공직 생활에 입문한 뒤 금융위에서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3년 카드 사태와 2010년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 처리를 주도했다. 사석에서도 재무 관료 시절 이야기를 종종 꺼낸다. 최근 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것에 대해 언급하는 와중에도 18년 전 아찔했던 카드 사태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상 최저인 기준금리와 치솟는 가계부채가 빚어낼 위기를 직간접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