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號 100일…巨與·코로나 '암초'에도 일단 순항

입력 2021-07-15 17:50
수정 2021-07-16 00:56

4·7 보궐선거 당선으로 10년 만에 시장 자리에 ‘컴백’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오 시장이 취임 후 마주한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코로나19는 4차 대유행으로 확산했고, 급등하는 집값도 잡히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공약을 맘껏 펼치기엔 여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와 중앙정부의 벽이 만만치 않게 높았다.

이런 한계 속에서도 오 시장은 서울시 조직을 장악하며 4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첫 조직개편, 인사를 무리 없이 마무리했다. ‘오세훈표 시정’을 펼치기 위한 발판을 단단히 했다는 게 서울시 안팎의 평가다. 오 시장은 내년 4선을 목표로 서울의 미래 청사진과 안심소득 실험 설계안, 중장기 도시기본계획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최대 현안은 코로나 방역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취임 100일 직후 하려던 ‘서울비전 2030’ 발표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비전 2030은 오 시장이 시민 삶의 질과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 등과 함께 마련한 서울의 미래 청사진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석 달간 준비한 서울비전 2030을 취임 100일에 맞춰 대대적으로 공개하려 했지만 지금은 코로나19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자는 오 시장의 지시에 따라 발표를 미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코로나 방역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오 시장의 코로나19 대응 방향은 취임 초기와는 달라졌다. 지난 4~5월 서울의 하루 확진자 수가 100명 안팎에 머물던 시기엔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업종별 영업시간을 다르게 적용하는 ‘서울형 상생방역’을 추진했다. 이 방안은 여권을 중심으로 4차 대유행의 책임을 오 시장 탓으로 돌리는 빌미를 주기도 했다.

“서울에서만 하루 500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최근엔 오 시장이 정부에 방역 조치 강화를 제안하고 있다”는 게 오 시장 측근의 전언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달 말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불과 8시간 앞두고 ‘수도권 1주일 유예’가 전격 결정된 것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정부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례로 닻 올리는 오세훈표 시정오 시장은 코로나 방역이 한창인 와중에도 후보 시절부터 구상해온 오세훈표 핵심 시정을 순차적으로 시행할 채비를 마쳤다. 110석 가운데 101석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한 서울시의회는 지난 2일 본회의에서 오 시장의 핵심 공약에 대해 일부 예산을 삭감한 4조원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예산이 확보된 서울형 공유어린이집 사업은 다음달 시작되며 의회의 반발이 컸던 교육 플랫폼 ‘서울 런’도 조만간 시행에 들어간다. 오 시장은 소득이 낮은 계층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선별복지인 ‘안심소득 실험’도 다음달께 설계도를 완성할 방침이다.

의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자마자 핵심 시정에 시동을 걸 수 있었던 건 오 시장의 조직 장악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의 한 간부는 “10년 만의 수장 교체에도 불구하고 당초 우려와는 달리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속도 내는 대규모 개발사업오 시장 취임 이후 가장 주목받은 부동산 분야에서는 대규모 개발 사업 위주로 속도를 내고 있다. 동남권에선 장기간 표류하던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개발 사업이 제3자 공고를 내면서 물꼬를 텄다. 사업비 2조원을 투입해 강남 노른자 땅인 잠실운동장 일대 부지를 스포츠, 전시컨벤션 시설, 상업 및 업무시설 등으로 복합개발하는 사업이다.

오 시장은 지난 100일간 행보에선 주로 주택 시장 안정화에 우선순위를 뒀다는 평가다. 가장 먼저 4월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 주요 재건축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시점을 앞당기는 방침을 발표했다. 규제 강화와 함께 한쪽에선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공공기획 도입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물밑 작업도 벌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지 않아 실질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정상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취임 후 1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확 풀겠다”던 공언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수정/안상미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