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여행 플랫폼 야놀자의 실패를 모두가 예상할 때 야놀자는 반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단순 여행상품과 놀이 패키지를 중개하는 앱을 넘어서는 ‘넥스트 플랜’이다. 업계에선 “야놀자는 이미 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의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정보기술(IT) 업체로 발돋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국내 네 번째 투자기업으로 야놀자를 낙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손정의는 쿠팡(30억달러), 아이유노미디어(1억6000만달러), 뤼이드(1억7500만달러)에 이어 야놀자에 2조원을 베팅했다. 투자금액 규모로는 쿠팡 다음이다. 야놀자는 이번 투자로 기업가치 10조원을 인정받아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 기업가치 1조2000억원으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인정받은 지 2년 만이다. ○모텔에서 시작된 국내 1위 여행 플랫폼야놀자 창업자인 이수진 총괄대표는 ‘흙수저’ 출신 경영자다. 네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여섯 살엔 어머니가 집을 떠나 농사를 짓는 할머니 밑에서 컸다. 실업고와 지방 전문대를 졸업한 뒤 무일푼 상태에서 숙식이 해결되는 일자리를 찾다가 취직한 곳이 모텔이었다.
이 대표는 2004년 온라인 커뮤니티 ‘모텔 이야기’를 개설해 모텔에서 일하는 동안 느낀 점을 적어 올렸다. 이 커뮤니티가 입소문을 타면서 1년 만에 가입자 수 1만 명을 넘겼고, 구인·구직 정보가 오가는 등 모텔업 종사자 간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됐다. 이 대표는 여기서 사업 기회를 봤다. 2005년 당시 회원 수 20만 명이었던 ‘모텔투어’ 커뮤니티를 인수해 이용자와 숙박시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사업을 확장해 2011년 내놓은 게 야놀자다.
야놀자는 모텔을 ‘노는 공간’으로 부상시켜 숙박업계 지형도를 바꿨다. 모텔 객실 내부 사진을 공개하고, 소비자들이 게임기 등 부대시설 정보와 이용 후기를 볼 수 있게 했다. 신개념 모텔인 ‘코텔(KOTEL)’에서 휴가를 보내는 ‘코캉스’란 신조어가 만들어진 계기다. 2011년 가맹점 사업을 시작했고, 2015년엔 스마트폰 기반 앱 서비스로 진화했다. 이젠 숙박을 비롯해 교통, 레저, 먹거리, 쇼핑 등을 아우르는 종합 여가 플랫폼으로 커졌다. ○여행가 플랫폼에서 빅테크 기업으로하지만 야놀자의 진가는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 있다는 게 IT 전문가들의 평가다. 야놀자는 2017년 호텔 자산관리시스템(PMS) 사업을 시작했다. PMS는 숙박예약, 식당예약, 음식 주문 등 호텔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비대면으로 디지털화해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PMS는 야놀자의 여행 숙박 플랫폼으로서의 노하우를 살릴 수 있었던 사업이었다. 현재 야놀자는 세계 2위 PMS 업체다. 세계 2만3000개(2020년 기준) 숙박시설에 예약, 체크인 등 호텔 업무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1위는 오라클로 숙박 시설 3만8000개를 PMS 파트너로 두고 있다. 야놀자가 바짝 뒤쫓고 있다. 업계에선 “야놀자가 오라클을 뒤집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신속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방식에선 야놀자가 훨씬 기술력이 앞선다”며 “야놀자가 현재 급격하게 성장하는 PMS 시장에서 오라클을 넘어선 1위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 1위 호텔관리 솔루션 기업 목표”야놀자는 이번 투자유치금을 기술 개발에 투입한다. 디지털 차별화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접객시장에서 여행 플랫폼 강자로 올라서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야놀자 앱 서비스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5월 선보인 검색 추천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야놀자 앱 검색창에 지역명 등 간단한 검색어를 입력하면 사용자 맞춤형 숙소를 찾아준다. 이 대표는 “야놀자를 글로벌 1위 여가 솔루션 테크기업이자 여행 슈퍼 앱으로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선한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