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美 배터리 스타트업 투자로 4년만에 14배 '대박'

입력 2021-07-15 18:25
수정 2021-07-16 02:25
SK㈜가 스타트업 초기 투자에 성공하며 14배가 넘는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가 3대 주주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SES는 스팩 합병 종료 후 예상 주식가치 평가액을 36억달러(약 4조1200억원)로 공개했다.

SK㈜는 2018년 이 회사 지분 12.65%를 약 288억원에 확보했다. SES가 이후 추가 투자를 받아 SK㈜의 지분율은 소폭 낮아졌지만 현재까지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SK㈜가 보유한 지분 가치를 약 422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자 시점 가치 대비 평가이익만 약 14배 뛰어오른 셈이다.

SES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는 리튬메탈배터리(LMB)를 개발하는 미국의 스타트업이다. 2012년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떨어져 나와 설립됐다. SES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리튬메탈배터리는 기존 전고체 리튬메탈배터리보다 성능과 제조 효율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두 개의 배터리 시제품 제조시설을 운영 중이다. 회사의 10% 이상 주주로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 창업자인 치차오후 대표,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있다.

SK㈜가 투자한 이후 현대자동차와 LG그룹 등도 이 회사에 돈을 넣었다. 현대차는 지난 5월엔 1억달러를 투자하며 제휴개발계약(JDA)을 맺었다. 현대차의 전기차용 ‘A샘플’에 탑재할 리튬메탈배터리를 공동 개발한다. LG그룹의 실리콘밸리 투자법인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도 최근 SES에 투자했다. LG그룹엔 배터리 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있다.

SK㈜는 ‘투자전문회사’를 표방하며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2017, 2018년에 걸쳐 약 4900억원을 들여 물류기업 ESR의 지분 11%를 샀다. SK㈜는 지난해 이 지분 일부(4.6%)를 팔아 투자원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SK㈜는 투자한 기업의 지분을 처분할 땐 이익을 특별 배당으로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다만 이번 SES 투자는 그룹 차원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인 만큼 단기간 내 지분 매각에 나서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