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실적 '고공행진'…델타항공, 1년반 만에 날았다

입력 2021-07-15 17:54
수정 2021-07-16 01:32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대형 기업들이 ‘2분기 깜짝 실적’을 속속 내놓고 있다. 광범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대규모 부양책 덕분에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서다. 금융정보업체인 팩트셋은 S&P500 편입 기업의 2분기 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4%, 투자은행 UBS는 80% 급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다시 날아오르는 항공사들 작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큰 타격을 받았던 항공사들의 실적 전환은 극적이다. 델타항공은 2분기에 6억5200만달러(약 744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5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깬 것이다. 백신 접종을 마친 소비자들이 항공 여행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다 기업 출장도 재개되고 있는 덕분으로 분석된다.

델타항공은 지난해 124억달러의 손실을 냈다. 에드 배스천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전염성이 강한 델타 변이 확산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며 “정부 지원 없이도 하반기 내내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년 전 실적을 회복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델타항공은 올 3분기 매출이 2019년 대비 30~35% 적을 것이란 실적 가이던스를 내놨다.

다른 항공사도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미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의 더그 파커 CEO는 이날 공개한 서한에서 “올여름 예약률이 크게 늘고 현금 흐름도 좋다”며 “2분기엔 팬데믹 이후 가장 적은 11억~12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사 여객기를 이용한 승객은 지난 분기 4400만여 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다섯 배 넘게 늘었다.

항공사들은 앞다퉈 선투자에 나서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300억달러를 들여 여객기 270대를 구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2026년까지 2만5000여 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134대, 델타항공은 54대를 추가로 사들이기로 했다. 델타항공은 또 1000여 명의 조종사를 뽑겠다고 밝혔다. “부실률 낮다” 은행들도 호황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고 있다. 기업과 개인의 부실이 감소하고 신용카드 사용액은 늘고 있어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2분기 순이익은 92억2000만달러로 작년 2분기(35억3000만달러)의 2.6배를 기록했다. 주당 순이익(EPS)은 1.03달러였다. 팩트셋 예상(0.77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씨티그룹 순익은 61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작년 2분기(10억6000만달러)의 5.8배에 이르는 수치다. 매출은 174억7000만달러로 1년 만에 12% 감소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데 따른 영향으로 해석됐다. 제인 프레이저 CEO는 “경기 회복 속도가 무척 빠르다”며 “소비자와 기업의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분기 38억5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던 웰스파고는 올해는 60억400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마이크 산토마시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사람들이 팬데믹 이전처럼 소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는 작년 동기 대비 2.6배 늘어난 119억5000만달러의 2분기 이익을 기록했다. JP모간과 BoA, 씨티, 웰스파고 등 4대 은행의 이익 총액은 334억달러로 1년 전(60억달러)보다 다섯 배 넘게 급증했다. 월스트리트 예상(240억달러)을 크게 뛰어넘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2분기 순이익도 13억8000만달러로 호조를 보였다. 작년 동기 대비 14.1% 늘었다. 글로벌 증시 강세가 자산 및 수수료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의 운용자산은 9조4900억달러로 1년 전보다 29.6% 증가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