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17년 대선에서 ‘제3지대 돌풍’을 일으켰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다. 반 전 총장은 윤 전 총장에게 “당시 사정이 지금과는 매우 다르다”고 조언했다. 반 전 총장은 당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입당하지 않고 대권 행보를 이어가다 3주 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윤 전 총장은 15일 서울 신문로 반기문재단을 직접 찾았다. 반 전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서 공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많이 노력한 것에 대해 치하한다”며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열심히 하시면 유종의 미를 거두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덕담했다. 윤 전 총장은 “진작에 찾아뵙고 가르침도 받고 해야 하는데 많이 늦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어진 1시간가량의 비공개 차담에서 과거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 경험, 대한민국의 지속가능 성장, 탄소중립, 외교·안보정책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반 전 총장의 지난 대선 중도 하차와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라는 질문에 “(반 전 총장은) 당시 갑작스럽게 출마하게 된 사정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등 상황이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여권에서 (윤 전 총장이) 제2의 반기문이란 비판도 나온다’라는 질문에는 “비판은 자유”라며 “얼마든지 존중하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해서도 “정치하는 분들의 각자 상황에 대한 판단과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선 “유·불리가 있더라도 한번 정한 방향을 향해 일관되게 걸어가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하락세를 보이는 지지율에는 “하락할 수도 있고 그런게 아니겠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날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고, 여권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야권 내의 불안감도 감지됐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