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는 오페라를 단 한 곡도 쓰지 않았다. 동갑내기 작곡가 헨델은 마흔두 곡의 오페라를 썼다. 화성학을 창시한 작곡가가 왜 오페라는 쓰지 않았을까.
바흐는 대신 네 가지 수난곡을 남겼다. 기승전결은 헨델의 오페라와 비슷하다. 다만 캐릭터가 달라진다. 영웅 대신 예수를 주역으로 삼고, 조연으로는 귀족 대신 예수의 제자를 활용한다. 이들은 남녀 간의 사랑 대신 헌신과 희생을 노래한다. 바흐에게 수난곡은 신앙을 풀어낸 ‘영혼의 오페라’였던 것이다.
《영혼의 오페라》는 클래식 역사상 걸작으로 꼽히는 레퍼토리를 소개하는 책이다. 대표적 클래식 동호회인 ‘고클래식’에서 20여 년 동안 리뷰를 써온 클래식 애호가 박상원이 오페라, 가곡, 교향곡 등을 64개의 주제별로 분류해 설명한다. 배경 지식을 알려주고 관련 명반도 추천해준다.
저자는 음반 소개에만 그치지 않고 역사적 배경을 연결지어 설명한다. 바흐가 수난곡에 집착한 배경엔 종교개혁을 이끈 마르틴 루터가 있다. 바흐는 어릴 적부터 루터를 동경했다. 그는 루터가 활동했던 소년성가대에 입단했고 “음악은 신의 말씀을 살아있게 만든다”는 루터의 금언을 마음에 새겼다. 바흐가 세속적인 오페라를 반대한 이유다.
음악 전공자들조차 몰랐던 작곡가들의 일화도 들려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듯 모차르트는 마냥 철없고 가벼운 사람은 아니었다. 1778년 파리로 떠난 22세의 모차르트는 깊은 좌절에 빠졌다. 파리 오케스트라는 자신의 악보를 제대로 연주하지 못했고,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구직난에 빚만 불어나고 있었다. 그가 겪은 고난을 오선지에 눌러 적은 작품이 바로 ‘교향곡 31번(파리)’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