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으로 e커머스가 처음 나왔을 때보다도 더 큰 파도가 몰려오는 느낌입니다.”
요즘 오픈마켓 관계자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이야기다. 2000년대 인터파크를 시작으로 오픈마켓이 줄줄이 생겨났다.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장점은 물론 여러 가지 사이트를 한 번에 정리해주는 편리함은 소비자들에겐 매력적인 혁신이었다. 수요자와 공급자를 이어주는 사실상 최초의 ‘플랫폼’이기도 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오픈마켓 대표주자 이베이코리아와 인터파크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인터넷이란 무기로 오프라인 유통업자들을 벌벌 떨게 했지만 이들도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이들에게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소비자들에게 주는 혜택이 더 이상 희소하지 않아서다. 핵심 경쟁력인 가격 비교와 이를 통한 최저가 경쟁은 정보량이 많아진 온라인 시대에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기술이 됐다. 할인 프로모션 등 이른바 ‘기획전’으로 매출 상승을 유도하고 있지만 이는 출혈 경쟁만 불렀을 뿐 지속가능한 추동력이 되지 못했다.
요즘 플랫폼들은 다른 길을 갔다. 쿠팡은 빅데이터로 600만여 개 상품에 대한 수요예측을 하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32개 풀필먼트 창고에 재고로 보관해 둔다. 하루면 전국 배송이 가능하다. 기존 오픈마켓이 셀러와 소비자를 ‘단순 연결’하는 데 만족했다면, 쿠팡은 한발 더 나아가 소비자와 셀러의 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혁신에 초점을 뒀다.
네이버의 무기는 ‘개인화’다. 누구나 같은 값이 나오는 오픈마켓의 검색과는 다르게 특정 개인에게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주는 기능이 고도화돼 있다. 이는 포털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학습한 AI로 이룬 성과다. 나아가 개성 넘치는 물품을 끌어오기 위해 중소상공인들을 위한 스마트스토어를 만들고 10여 년에 걸쳐 50만 명에 가까운 셀러를 모았다. ‘플랫폼 2.0 시대’의 시작이다. 영원한 강자는 없으며, 새로운 변혁 없이는 누구도 지속가능한 생존과 번영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산업생태계의 보편 법칙이 작동한 것이다.
더 무서운 건 향후 플랫폼 경쟁에선 이 법칙이 지금까지보다 더 빨리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에선 다수가 모인 곳으로 더 많은 사람이 유입된다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현된다. 전세가 한 번 기울면 승기를 잡은 쪽으로 더 빠른 헤게모니의 이동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일종의 승자독식이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 내 오픈마켓도 자취를 감출 수 있다. 당장 승기를 잡은 쿠팡, 네이버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