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르는 건 암벽이 아닌 나의 한계다

입력 2021-07-15 17:26
수정 2021-07-16 02:12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 왼손으로 홀드(인공암벽에 붙어 있는 손잡이)를 잡고 매달린 채 닿을 듯 말 듯 한 곳에 있는 마지막 홀드를 노려본다. 왼팔을 지렛대 삼아 몸을 흔든다. 몸의 관성이 오른쪽으로 쏠릴 때 왼손을 놓는다. 아무것도 의지하지 않은 몸이 공중에 떠 있다. 오른손으로 홀드를 낚아챈 순간 몸에선 호르몬이 솟구친다.

“해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실내암벽등반장 볼더프렌즈 클라이밍에서 암벽등반을 직접 경험한 후기다. 최근 도시에서도 많은 사람이 찾는 암벽등반의 매력에 대해 알아봤다.

암벽등반은 말 그대로 벽을 오르는 운동이다. 자연에 있는 절벽을 오르는 것도, 인공 암벽등반장에서 오르는 것도 암벽등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규칙을 갖고 인공 암벽을 오르는 ‘암벽등반 스포츠’에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엔 홍대, 강남 등 주요 서울 시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실내 암벽등반장을 찾을 수 있다.

암벽등반 스포츠는 세 가지로 나뉜다. 난이도별 코스의 암벽을 오르는 ‘볼더링’, 정해진 시간 안에 더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리드’, 15m 수직벽을 더 빨리 올라야 하는 ‘스피드’다. 대부분의 실내암벽등반장은 주로 볼더링 전용 체육관이다. 이번에 체험한 종목도 볼더링이다.

볼더링은 몸에 줄을 매달지 않고 1~3층 높이의 벽을 오르는 암벽등반이다. 다양한 난이도의 코스가 있다. 하나의 코스를 고르면 스타트 홀드에서 시작해 피니시 홀드까지 다다르는 미션을 수행한다. 벽에 붙어 있는 여러 가지 색깔의 홀드 중에서 같은 색의 홀드만 짚고 올라가야 한다. 시간제한은 없고 미션 성공 여부만 다룬다.

볼더링의 매력에 대해 김병효 볼더프렌즈 클라이밍 대표는 “볼더링은 도전 의식과 성취를 불러온다”고 말했다. 홀드의 모양, 위치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볼더링을 시작하기 전 어떤 루트로 피니시 홀드까지 다다를지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을 ‘루트 파인딩’이라고 부른다. 난도가 높은 코스의 루트 파인딩은 상당한 전략을 요한다. 자신이 세운 루트파인드 전략대로 암벽을 등반해 성공한다면 짜릿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볼더링은 함께하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혼자 즐길 수도 있지만 여럿이서 하면 서로 응원해주고, 성취의 기쁨도 나눌 수 있다. 머리를 맞대고 루트 파인딩하는 과정도 매력적이다. 암벽등반 동호회가 활성화한 이유다. 매주 볼더링 동호회에 참석한다는 김지석 씨는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하면서 볼더링하는 것이 훨씬 즐거워 동호회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 효과도 좋다. 볼더링은 등, 팔 근육을 주로 쓰지만 전신을 사용해야 하는 운동이다. 홀드를 움직일 때 가장 중요한 건 코어근육이다. 몸이 흔들리면 중심을 잡기 어렵다. 발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몸을 구부리고 다리를 펴는 등 유연성도 필요하다. 김 대표는 “볼더링을 하면 전신 근육을 골고루 쓰기 때문에 균형 잡힌 몸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벽등반 스포츠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볼더링과 리드, 스피드 세 가지 종목의 점수를 총합해 경쟁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올림픽에서 암벽등반하는 것을 보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스포츠가 될 것”이라며 “여럿이 함께하면 더 즐거운 스포츠인 만큼, 암벽등반의 매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민기/최진석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