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는 수수료 1%, 타사엔 최고 8% 받은 SKT…'공정위 제재'

입력 2021-07-14 15:34
수정 2021-07-14 15:35

SK텔레콤이 음원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던 옛 자회사 로엔엔터테인먼트(로엔)에 휴대폰 결제 수수료 특혜를 준 데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2010~2011년 당시 멜론을 운영한 자회사 로엔을 부당지원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SKT에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SKT는 2009년 직접 운영하던 온라인 음원서비스 멜론을 자회사 로엔에 양도했다. 로엔은 다른 음원 사업자와 동일하게 SKT와 휴대폰 결제 청구수납 대행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SKT는 이 과정에서 로엔이 온라인 음원서비스 시장에 조기 안착할 수 있도록 합리적 이유 없이 휴대폰 결제 청구수납대행 서비스 수수료율을 인하해 로엔에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SKT는 2009년 당시 로엔에 대해 5.5%의 수수료율을 적용했었다. 당시 5.5∼8.0%였던 다른 음원 사업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0~2011년에는 로엔에만 합리적 이유 없이 수수료율을 1.1%까지 내렸다. 이 기간 수수료율 인하로 로엔에 수수료 52억원을 깎아준 셈이다.

공정위는 당시 온라인 음원서비스 시장 경쟁 심화 속 SKT가 로엔의 비용 부담을 덜어줬다고 판단했다. 로엔은 수수료 비용 부담으로 던 금액을 영업에 활용, 시장 1위 지위를 공고히 했다는 지적이다. 이후 로엔이 1위 사업자로 자리잡자 2012년 SKT는 수수료율을 5.5%로 다시 올렸다.

실제 멜론의 스트리밍 상품 점유율은 2009년 4위에서 2010년 1위로 뛰었고, 다운로드 상품 점유율도 2위에서 1위로 상승했다. 멜론의 전체 점유율(기간 대여제 상품 포함)은 2009∼2011년 내내 1위를 유지했으며 2위 사업자와의 점유율 격차는 2009년 17%포인트에서 2011년 35%포인트로 두 배가량 벌어졌다.

공정위는 SKT가 부당지원 행위인 줄 알면서도 로엔의 수수료를 인하한 것으로 판단했다. SKT 내부 문건에서 'SKT가 전략적으로 로엔의 경쟁력 강화 차원으로 지원',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부당지원 리스크(위험)에 노출' 등의 문구가 담긴 점을 근거로 들었다.

현재 로엔은 카카오로 편입된 사태다. SKT는 2004년 멜론을 만들었고, 멜론의 운영사 로엔은 SK그룹의 증손자회사였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등의 문제로 2013년 홍콩 사모펀드인 스타인베스트에 매각됐다. 이후 카카오가 2016년 로엔을 인수했다. 카카오는 로엔의 사명을 카카오M으로 바꾸고 2018년 흡수 합병했다. 같은해에 멜론을 제외한 콘텐츠 제작·유통사는 따로 떼어내 카카오M으로 다시 분사시킨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 위반 행위는 맞지만 행위 전후 이미 멜론이 1위 사업자였고, 시장경쟁 구조가 SKT 행위로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라는 점, 2년간의 지원 이후 수수료를 다시 원래 수준으로 회복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SKT는 당시 로엔엔터테인먼트와의 정산 관계가 정상적이며 합리적이었다고 반박했다.

SKT 측은 "당시 수수료 수준은 양사간 여러 거래의 정산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임에도 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유감"이라며 "당사와 로엔은 정산을 통해 비정상적인 경제상 이익을 얻은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결서 수령 후 법적 대응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