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20대 남성의 결심 공판에서 그의 부친이 아들을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13일 인천지법 형사12부 심리로 친누나를 살해한 뒤 시신을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를 받는 A씨(27)에 대한 결심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A씨의 부모는 피해자이자 가해자의 가족으로 재판에 참석했고, 부친인 B씨는 미리 준비해 온 호소문을 읽다가 결국 눈물을 흘렸다.
"오전에는 구치소에서 아들을 면회하고, 오후에는 가족공원에 가서 딸을 만나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문을 연 그는 "미치고 죽을 것만 같아 세상을 등지려고 마음먹었다"며 흐느꼈다.
이어 "저 못난 아들놈을 건사할 사람도 없고, 가족공원에 혼자 외롭게 있는 딸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 그러질 못했다"며 "딸은 부모를 잘못 만나 고생만 하다가 꿈도 제대로 펼쳐 보지 못하고 동생에 의해 하늘나라로 갔다. 제가 살면서 자식을 위해 향을 피울지는 몰랐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B씨는 아들의 선처를 바랐다. 그는 "죽은 놈도 자식이고, 죽인 놈도 제 자식"이라며 "물론 죗값을 치러야겠지만 딸에게 용서를 구하고 하나 남은 아들이 제 품에 돌아올 수 있게 선처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최후진술에서 A씨는 "부모님과 주변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드렸다. 천번 만번 고개를 숙여 사죄해도 부족하지만, 꼭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날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씨는 누나인 30대 C씨를 지난해 12월 중순쯤 인천시 남동구의 자택에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함께 시신을 아파트 옥상에 10일간 놔뒀다가 여행 가방에 담아 렌터카로 운반해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특히 A씨는 범행 후 C씨의 카카오톡 계정을 이용해 자신과 부모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누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다. 남매의 어머니가 지난 2월 14일 C씨의 가출신고를 했지만, 이 또한 누나로 위장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이용해 취소하게 했다.
또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 누나 명의의 은행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600만원을 이체한 뒤 식비 등 생활비로 썼고 누나의 휴대전화로 360만원 가량을 소액결제해 게임 아이템 등을 사기도 했다.
누나 C씨의 시신은 농수로에 버려진 지 4개월 만인 지난 4월 21일 인근 주민에게 발견됐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