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대권 주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지난 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 주최로 열린 '주식시장 발전을 위한 좌담회'에 개인투자자를 대변하는 자격으로 참석했습니다. 공매도 개혁을 비롯해 개인투자자 보호 방안에 대한 발언을 했으며, 준비해간 A4 3장 분량의 제안서를 이 후보자에게 전달했습니다.
차기 대선에선 국민에 대한 헌신은 물론, 공정이 담보되는 경제 발전을 통해 진정한 선진국으로 자리 잡게 하는 훌륭한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기원합니다. 이왕이면 주식시장을 잘 아는 대통령이 당선됐으면 좋겠습니다. 민주화의 사각지대로도 불리는 자본시장에 강력한 개혁의 바람을 넣어주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공정한 주식시장을 앞당기기 위해 여야를 불문하고 여러 대선 후보를 접촉할 계획입니다. 1000만 주식투자자의 생생한 민심을 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주식은 자본주의의 꽃, 꼭 필요한 주식시장 활성화1000만 개인주식투자자 시대가 열렸습니다. 작년 봄부터 시작된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은 코스피지수 3300과 코스닥지수 1000이라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그렇지만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 자본시장 규모와 위상은 아직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자본시장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선 부동산시장에 지나치게 쏠린 균형의 추를 주식시장으로 조금씩 옮겨와야 합니다. 국내 주식시장 규모와 가계자산의 주식투자 비중은 주요 국가 대비 너무나 열악합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주요국가 가계 금융자산 비교'를 살펴보면, 2019년 말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은 35.6%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71.9%와 일본의 62.1%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이는 두 말할 것 없이 부동산 쏠림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더 늦기 전에 대책이 필요합니다.
장기투자 문화도 조성해야 합니다. 작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개인투자자는 100조원을 순매수했는데, 기관과 외국인은 오히려 102조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우리 주식시장이 활성화되고 발전하려면 기관과 외국인 그리고 개인투자자의 장기투자 문화 정착이 필수적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주식을 잘 아는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을 통해 모든 투자자들에게 주식시장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탈바꿈해야 합니다. 자금 유입에 따라 주식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국가 전체의 활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1000만 주식투자자 시대, 여전히 저평가된 주식시장차기 대통령과 정부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1000만 개인투자자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국내 주식시장은 여전히 저평가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 기업, 실물경제, 국가에 모두 도움이 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 중산층이 두터워진다면 국민 모두가 잘 사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 거래량 비중은 유가증권시장 66%, 코스닥시장 88%를 차지합니다. 사실상 주식시장에서 최대주주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살을 붙여 이야기하면 개인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신세에 불과합니다.
지금이라도 외국인과 기관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설계되고 운영되는 주식시장의 각종 비민주적 제도를 걷어내고 공정한 판으로 바꿔야 합니다. 외국인이나 기관과 동등한 수익을 보장해달라는 게 아닌, 공정한 룰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는 주장입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임에도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정을 위한 개혁대상 중 가장 시급한 것은 공매도 제도입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의무 상환 기간을 개인처럼 60일로 통일 △담보비율을 140%로 통일 및 기관과 외국인 증거금 법제화 △불법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적발시스템 즉각 도입 △공매도 상한선 설정 등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과제는 개인투자자 독박과세로 불리는 개인주식양도소득세(2023년 시행예정)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입니다. 이 안이 시행될 경우 기관과 외국인은 가만히 앉아서 거래세 인하로 인한 감세 혜택을 받지만 그 차액은 개인투자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대만은 1989년에 주식양도소득세 안을 시행했다가 단기간에 40% 가까운 주가 폭락과 함께 폭동까지 일면서 결국 전격 철회한 전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대만처럼 비슷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해당 안에 대한 재논의 또는 철회 문구가 반드시 대선 공약에 들어가야 합니다. 주식시장 발전을 위한 제안…감독기구 설치 시급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몇 가지 개선안을 제안해봅니다. 우선 상법 제382조 3항(이사의 충실의무)의 현행 문구인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에 나오는 '회사를 위하여'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로 개정해야 합니다. 현재는 이사의 행위로 인해 일반주주에게 손해를 끼쳤어도 회사를 위해 일을 했다면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이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개정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평균 대비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상속세와 증여세율을 중장기 로드맵을 세운 뒤 점진적으로 인하해야 합니다. 현재 많은 회사의 오너들이 상속, 증여세 절감을 위한 편법 등으로 주가 상승을 의도적으로 저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간단한 문제는 아니므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시장조성자 폐지 및 자전거래, 통정거래 실태 조사가 필요합니다.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사실상 폐지를 공약으로 언급했듯이 시장조성자는 일종의 특수계급의 지위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제도 전반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합니다. 자전거래와 통정거래는 주가 조작에도 악용되니 만큼 철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실태 감사도 필요합니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말 기준 883조원을 운용하는 세계 3위의 공적연기금입니다. 기금의 절반가량을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데 기금운용본부의 감사 권한이 없다보니 부실 운용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차명계좌 실태조사 및 퇴출 캠페인을 실시해야 합니다. 주식시장의 암적 존재인 차명계좌는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주로 시세 조종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의 존재를 포함해서 금융당국이 반드시 일제 조사 및 소탕을 해야 할 것입니다.
주식시장 독립적 감독기구 설치도 시급합니다. 현재 감독권한이 여기 저기 분산되다보니 실질적 감독과 거리가 있습니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처럼 증시만 감독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독립적인 감독기구가 필요합니다.
'공매도 수익 과세'와 함께 농어촌특별세(농특세)를 폐지하고 주식시장 특별세로 변경해야 합니다. 현재 공매도 수익에 대해서는 비과세인데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원칙에 위배됩니다. 주식투자자가 주식과 전혀 관계가 없는 농특세를 내는 것은 이제는 중단해야 합니다. 오는 2024년에 일몰이 되는 농특세를 낙후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주식시장 특별세'로 변경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일정 직위 이상 퇴직자들 유관기관 취업 금지를 시행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금융 및 자본시장이 낙후된 이유로 지목되는 '모피아'(재무관료+마피아)를 청산하는 것이 개혁의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전관예우 등 병폐를 막기 위해 유관기관 취업 금지를 법으로 정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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