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사태 매너리즘' 빠진 도쿄…술집도 새벽까지 버젓이 영업

입력 2021-07-14 17:24
수정 2021-07-15 01:38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 도쿄에 네 번째 긴급사태가 내려진 다음날인 지난 13일 오전 8시30분, 신바시역 광장은 출근 인파로 북적였다. 줄지어 일터로 향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사태가 발효 중이라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남성 직장인은 “동료들끼리 ‘긴급사태 매너리즘’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긴급사태에 너무 익숙해졌다”고 했다.

도쿄의 긴급사태는 다음달 22일까지다. 이날을 기준으로 도쿄도민은 올해의 86%를 긴급사태와 준(準)긴급사태인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 상황에서 보내게 됐다. 특별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평시는 24일에 불과하다. NTT도코모의 휴대폰 위치정보 분석에 따르면 긴급사태 첫날인 12일 도쿄역 신주쿠역 시부야역 신바시역 긴자역 등 주요 도심의 인파는 2주 전에 비해 2% 줄어드는 데 그쳤다. 1차와 2차 긴급사태 때만 해도 이 지역 인파는 각각 29%, 20% 감소했다.

일본 정부의 주류 제공 중지 요청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음식점도 늘고 있다. 직장인들이 회식 장소로 즐겨 찾는 신바시 유흥가에는 영업 제한시간인 오후 8시 이후에도 문을 열고 술을 파는 가게가 적지 않았다. ‘11시까지 영업’, ‘새벽 5시까지 술 팝니다’라고 버젓이 써 붙인 가게도 있었다. 음식점 주인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정부가 휴업 요청을 따르는 가게에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액수도 적고 지급 시기도 너무 늦다는 것이다.

앞선 세 차례의 긴급사태 때는 정부 방침을 충실히 따랐던 나카노구의 노포 이자카야 다이니치카라슈조도 이번에는 문을 열었다. 구로다 데쓰로 점장은 TV도쿄와의 인터뷰에서 “영업을 안 하면 종업원의 30%를 해고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도쿄에서 코로나19 제5차 유행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13일 도쿄에서는 83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24일 연속으로 확진자가 1주일 전 같은 요일보다 늘었다.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40~50대를 중심으로 중증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유일한 위안거리는 크게 오른 백신 접종률이다. 14일 옥스퍼드대의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12일 기준)은 각각 30.46%와 30.45%로 거의 같았다. 일본의 백신 접종률이 한국과 같은 수준이 된 건 처음이다. 2차 접종률은 일본이 18.6%로 한국을 앞선다. 전 국민이 맞을 백신을 확보한 일본은 6월 들어 연일 하루 접종 횟수가 100만 회를 웃돌고 있다. NHK에 따르면 12일 기준 1차 접종 횟수는 3851만 회다. 일본인 3명 가운데 1명은 최소 한 차례 백신을 맞았다는 의미다. 2차 접종까지 합친 누계 접종 횟수는 6199만 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