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주춤하자 해결사로 나선 '30년 친구' 정성호…경선판 바뀔까

입력 2021-07-13 18:53
수정 2021-07-13 19:14


‘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4선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양주시)이 최근 선거전에서 전면에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30년 지기 최측근인 정 의원은 그동안 한 발 물러서 있었지만 캠프 내 위기감이 고조되자 ‘해결사’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은 13일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경선 연기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중대한 상황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경선 중간 과정을 바꾸는 문제는 유연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경선 연기에 부정적이었던 알려진 이 지사 측에서 경선 연기 수용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사는 지난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이 결정하면 따르겠다”며 원칙론에 가까운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정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선 “후보 검증은 후보에게만 해당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다만 대통령은 국가 최고지도자다. 가족이나 친인척 문제는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과 부인은) 결혼 이전부터 상당 기간 잘 아는 사이였고, 장모 되는 분과도 오래 아는 사이였다”며 “그분들이 형사사건에 연루됐을 때 윤 전 총장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가 검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를 둘러싼 ‘여배우 스캔들’ 의혹에 대해선 “워낙 황당하고 근거가 없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렇게) 볼 것”이라며 “그 문제는 2018년 경기 분당경찰서 등에서 수사를 통해 아무 근거 없는 것이 밝혀졌고 그 이상 뭐라고 저희가 입증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의원이 민주당 경선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캠프 활동을 시작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전까지 정 의원은 이 지사의 캠프 사이 가교 역할을 하는 등 후방 지원에 주력해왔다.

정 의원은 1961년생(60세)로 1964년생인 이 지사보다 연배가 위지만 사법연수원 18회 동기로 오랫동안 우정을 나눠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경기북부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을 하며 시민운동을 하다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후 민주통합당 수석대변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을 지내며 중진 의원으로 이력을 쌓아나갔다.

정 의원은 평소 기자들에게 “나를 왜 이재명계로 분류하느냐”며 “이재명은 0선인데 나는 4선 의원이니 이재명이 ‘정성호계’ 아니냐”고 농담할 정도로 캠프와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정 의원이 달라진 데에는 최근 이 지사와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간 지지도 격차가 크게 줄어든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이 지사 캠프는 압도적인 여론조사 지지도를 바탕으로 다른 주자들의 네거티브 공세를 견뎌낸다는 ‘전략적 인내’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가 지난 9~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26.1%를 기록한 반면, 이 전 대표는 5.9%포인트 상승한 18.1%를 기록하면서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당내 경선 양상에 대해 “당내 경선에서 사생활 문제가 논의되는 것이 경선 과정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품격을 떨어트린다”며 “마치 동네 싸움판에서 제일 싸움 잘하는 사람을 나머지 사람들이 소위 ‘돌림빵’하듯 공격하고 검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이 지사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 주력하고 있는 이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을 직접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