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벌어진 ‘50대 코로나 백신 예약 중단’ 사태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부가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는데도 예약을 받은 탓에 골탕 먹었다”는 예약 실패자들의 불만이 누그러지지 않아서다. 질병관리청이 예약 중단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앞으로도 백신 도입물량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에서 예약 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 “어제(12일) 50대 예약이 조기 예약 종료된 것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박혜경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 접종시행반장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예약이 조기 마감될 수 있다는 걸 사전에 고지 못한 데 대해 사과 말씀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부는 55~59세(접종 대상자 352만 명)에 대한 백신 예약을 12~17일에 받기로 했지만, 15시간30분 만에 185만 명이 신청하자 아무런 예고 없이 예약을 중단했다. 그러자 오랜시간을 대기한 예약 실패자를 중심으로 불만이 쏟아졌다. “백신을 다 확보하지도 못했는데 왜 전체 대상자를 상대로 예약을 받았느냐”, “185만 명만 받은 근거가 뭐냐”, “다음에도 예약 중단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백신 도입 물량을 공개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혼란”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그렇다. 55~59세 접종 대상자는 모두 352만 명. 정부가 현재 갖고 있는 모더나 백신은 80만7000회분이 전부다. 산술적으로 271만3000회분이 들어와야 1차 접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185만 명으로 예약을 끊었다. 1차 접종자를 185만 명으로 잡았다면, 최소한 104만3000명 분은 이들에 대한 접종마감일(8월 7일) 이전에 들어와야 한다. 간단한 ‘산수’인데도 방역당국은 “모더나와의 약속”이라며 공개를 꺼렸다. 박 반장은 “모더나 백신은 주간 단위로 들어오는데 매주 얼마나 들어오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미리 확보한 물량으로 접종 일정을 잡는 게 아닌 만큼 자칫 백신 생산이나 운송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접종 시점이 줄줄이 밀릴 수도 있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이라는 해석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의료계를 중심으로 이번에 예약하지 못한 167만 명에 대한 추가 예약시점(7월 19~24일)이 390만 명에 달하는 50~54세 예약 시점과 겹치는 탓에 ‘2차 예약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정부는 “물량은 충분히 도입될 것”(박 반장)이란 답만 내놓고 있다.
박 반장은 “8월에는 충분한 양의 백신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접종을 희망하는 50대 모두에게 예약 기회가 부여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돌발적으로 예약이 중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