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민간기업과 병원을 행정상의 공고도 없이 개별 신청을 통해 특별공급 대상기관으로 지정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공 대상 기관 중 일부는 1년내에 폐업하는 등 특공 대상 지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송언석 의원이 13일 행복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복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12월부터 병원 9곳을 세종시 특별공급 대상기관으로 지정했다. 이중 3곳을 이문기 행복청장이 직접 지정했고, 그 가운데 2곳은 지정한 뒤 2개월, 6개월 만에 폐업했다. '세종새싹병원'은 2020년 12월 특별공급 대상기관으로 지정된 후 2개월여 만인 2021년 2월 폐업했다. '다나을한방병원'의 경우 특별공급 대상기관으로 지정된 지 6개월여 만에 문을 닫았다.
문 정부에서 민간 기업 6곳을 지정했는데, 이는 이 청장이 모두 지정했다. 이 중 지난해 9월 특공 대상기관으로 지정된 '에이블정보기술'은 특별공급 대상기관 지정 신청서에 특공 대상자를 65명으로 기재하여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기업이 세종시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세종 본사 종사자 수는 30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계획서 상에 직원 수보다 2배 이상 많은 인원이 특공 대상자로 포함된 셈이다. 특공 대상기관 지정은 행복청장의 권한이다.
특공 대상 기관 지정 과정에서 행정상의 공고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특혜가 있었던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동안 행복청이 각 기관이 임의로 작성한 신청서를 제출받아 주먹구구식으로 특공 대상기관을 지정해 왔다고 송 의원은 지적했다. 행복청은 지정된 특공 대상기관 리스트는 외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송 의원은 행복청이 이들 민간기업과 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특별공급 대상기관 지정 신청서와 확인서, 당첨자 현황 등을 제출할 것을 거듭 요구했으나, 이 청장은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 18일에 열린 국회 교통위 전체회의를 통해 자료를 요구했지만, 이 청장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송 의원은 "주먹구구식으로 특공 대상기관에 지정된 민간기업과 병원들이 제도를 악용했을 우려가 있다"라며 "특혜와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세종시 특공은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