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가격의 가파르게 상승사면서 '파이어(FIRE)'족이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세상이 됐습니다. 파이어(FIRE)란, 경제적 자유와 빠른 퇴직(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줄임말입니다. 지출을 통제하고 자산을 매입해, 빠르게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파이어족이 꿈꾸는 경제적 자유는 언제쯤 거머쥘 수 있게 될까요? 만약 '압도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독자들이라면 계산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접근해 보겠습니다.
평균적으로 한국인들이 희망하는 부부의 노후 월 생활비는 300만원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지 않아도 월 300만원, 즉 연간 3600만원의 수입이 발생해야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연간 수익률이 10%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단, 금융시장 및 부동산 시장의 수익률이 들쭉날쭉 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금융시장 투자자라면 최소 5년, 길게는 10년의 평균 수익률이어야 합니다. 부동산 투자자라면 현금흐름 및 시세차익을 합친 수익률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노후에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한 자본금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필요 자본금 X 연 평균 수익률 >= 연간 생활비 가 되어야 하므로,
필요 자본금 >= 연간 생활비 / 연 평균 수익률이 되어야 합니다.
이 간단한 공식을 위의 사례에 적용해 보겠습니다. 연 평균 수익률이 10%이고 연간 생활비가 3600만원인 부부가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자본금은 3600 / 10% = 3억6000만원이 되는 셈입니다. 10% 수익률이 부담스러운 투자자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연 평균 수익률을 낮춰 7%로 계산해 봅시다. 이 경우, 필요 자본금은 3600 / 7% = 약 5억1429만원의 자본금이 필요한 셈입니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자본금을 간단하게 계산하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이 논리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①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았고 ②수익률이 평균에 미달하는 경우를 고려하지 않은 겁니다.
먼저 인플레이션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3600만원이라는 돈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매년 3%의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10년 후 3600만원의 가치는 현재 약 2679만원에 해당합니다. 즉, 10년마다 약 34%의 가치 하락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만약 인플레이션을 4%로 가정할 시, 이 가치 하락은 더욱 커져 10년 후 3600만원의 가치는 현재 약 2432만원에 해당합니다. 10년 마다 48%의 가치 하락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가정해야 할까요?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 제 6조 1항에 의거하여, 정부와 협의한 물가안정 목표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2019년 이후 물가 안정 목표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년 동기 대비 기준) 2%입니다. (2007~2013년 당시에는 이 물가 목표가 3%였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연 평균 4%의 물가상승률을 가정하면 무리가 없는 보수적인 기준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이 때문에 대략적인 감을 잡고 싶은 투자자라면 넉넉하게 필요 생활비의 2~3배 정도를 가정하여 계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연 평균 수익률이 10%에 미달한 5% 또는 3.3%로도 연간 생활비인 3600만원이 달성된다면, 평균적으로는 자산이 증식될 뿐만 아니라 수익률이 미달하는 해에도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령은 '보수적으로' 계산하는 것입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계산하고 싶어하는 독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복잡한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계산하면 될까요? 필요한 변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 평균 인플레이션, 기초 자본, 연 평균 투입 자금, 연간 수익률, 소득 상승률, 필요 생활비 등입니다. 해당 조건들이 있다면 엑셀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경영학과 2학년 수준의 재무관리 지식이 있다면, 계산하시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1988년생인 독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변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이 독자의 연 평균 투자수익률은 7%입니다. ② 초기자본은 5천만원이며, 매월 50만원을 추가로 투자합니다. 단, 은퇴 이후 투자에 대한 추가 자본 투자는 없습니다. ③은퇴 후 매월 300만원을 생활비로 활용하고 싶습니다. ④ 추가 투자 금액은 매년 임금 상승을 고려하여 3%씩 증가하며, 물가 상승률은 4%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⑤ 생활비 =< 투자수익이 되는 시점은 언제일까요?<br />
이 경우 해당 독자는 2041년 1월부터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게 됩니다. 매달 300만원을 출금하여도 자산이 증식되며, 해당 시점의 자본금은 약 5억3000만원입니다. 인플레이션 4%와 투자 수익률 7%를 가정하면 경제적 자유는 자본금 5억원에 이룰 수 있는 셈입니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현실에서는 투자 수익률이 들쑥날쑥 할 수 있다"는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여유를 두어, 2배에 해당하는 10억원 정도가 적정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아무리 의욕에 불타는 파이어족이라 하더라도, 해당 계산 결과를 보시고 나서는 "5억3000만원을 어떻게 모으냐"라고 숨이 막히실 수 있습니다. 희소식이 있다면, 이 독자분은 5억3000만원을 모을 필요는 없습니다. 2040년 12월까지, 초기자본 5000만원을 포함해 매월 투자한 총 원금은 1억6806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차액인 3억6546만원은 투자수익인 셈입니다. 5억을 모은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매월 추가 투자를 하다보면 1억6806만원이 5억이 넘게 된다는 걸로 받아들이면 합니다.
다만 2041년이라면, 이 독자는 이미 54세가 되었을 것입니다. 바꿔 말해, 은퇴 시기를 앞당기고 싶다면 매월 투자에 사용하는 금액을 더 투입하거나 투자 수익률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간단하게 투자에 추가적으로 불입하는 금액을 150만원으로 늘린다면, 은퇴 시기를 2035년 1월(48세)으로 앞당길 수 있습니다.
투자 수익률이 더 높은 투자자라면 은퇴 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초기 자본 5000만원과 매월 추가 투자 자본이 50만원이면서, 수익률이 연 평균 12%인 투자자를 가정해 보겠습니다.이 경우 은퇴 시점은 2034년, 즉 47세가 되는 시점이며 필요 자본금은 4억원입니다. 만약 매월 추가 투자 자본이 150만원이라면, 은퇴 시점은 2030년(43세)으로 앞당길 수 있습니다. 역시 필요 자본금은 약 4억원입니다.
이 분석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인플레이션, 임금상승 등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라면, 결국 경제적 자유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필요 생활비와 수익률이라는 의미입니다. 다만, 계산이 복잡해 질 수록 시점을 대략적으로 예상할 수는 있으나, 결론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핵심을 요약하자면, '파이어족'에게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장기간의 높은 수익률 ② 적정한 생활비 ③ 높은 초기 자본 또는 추가 투입 자금 입니다.
인간의 불안감은 철저한 대비와 계산이 있다면 크게 사라지게 됩니다. 즉, '파이어족'들이 겪는 은퇴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는 이러한 계산이 하나의 솔루션이 될 수 있는 셈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파이어족이라면, 시간을 내어 경제적 자유를 위한 자본금과 수익률을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파이어족' 여러분께서 경제적 자유에 도달하시기를 응원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상민 카카오페이증권 전(前) 연구원(전략·퀀트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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