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이나 주고 말해"…호주 접종 독려 광고에 2030 '분노'

입력 2021-07-13 13:57
수정 2021-07-13 13:58

호주 정부가 제작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광고 영상이 당국의 실정과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2030 세대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BC 등 외신은 12일(현지시간) 호주 정부가 제작한 코로나19 백신 광고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 보건부는 지난 11일 30초짜리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이 광고는 '무장하세요(Arm Yourself)'란 주제의 대대적인 예방 접종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광고에는 한 젊은 여성이 산소호흡기를 달고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와 함께 화면에는 '누구라도 코로나19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집에 머무르라.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 백신을 예약하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에 호주 2030세대는 거세게 반발했다. 호주에서는 백신 물량이 부족한 탓에 40세 미만은 접종 권고인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광고에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공포감을 조성하는 영상의 분위기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호주 머독 아동 연구소의 제시카 카우프만 박사는 "당국은 젊은이들이 코로나19 규정을 어긴다고 생각해 이런 광고를 만들었겠지만, 백신이 부족해 접종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예약하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드니대의 줄리 리스크 교수 또한 "이처럼 강렬하고 감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광고는 백신 공급이 충분할 때 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동기 부여를 해놓고 현실에선 접종할 수 없다면 (젊은이들은) 화가 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광고 논란에 대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생생한 메시지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집에 머물고 방심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있다. 밖을 돌아다니는 젊은 층들이 그들을 포함해 공동체를 위험에 밀어 넣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이번 논란은 그간 호주 정부의 번복된 백신 정책에 따른 불만이 초래한 결과로 보인다.

이달 초 스콧 모리슨 총리는 40세 미만의 사람들에 대해 접종 자격은 없지만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의료 종사자와 노인 등 고위험군에 우선권을 줬던 이전 정책을 뒤집은 것으로, 보건당국이 혈전 부작용을 우려해 60세 이상에게만 아스트라제네카를 허용했던 것과도 대비된 결정이라 불신을 키웠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