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가 ‘제2의 제주맥주’ 발굴을 위한 ‘수제맥주 오디션’을 연다.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맥주 양조장의 생산과 유통을 도와 수제맥주 시장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자사 맥주공장 가동률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1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이르면 다음달 전국의 수제맥주업체들을 대상으로 공개 오디션을 열 예정이다.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일반 소비자를 초청해 직접 맥주를 맛보고 평가하도록 할 생각이다. 오디션에서 상위권에 오른 업체들은 롯데칠성음료의 생산설비를 이용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맥주를 양산할 수 있게 된다. 생산한 제품의 유통도 롯데칠성음료가 돕는다. 롯데칠성음료는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을 고려해 오디션 개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영세한 수제맥주업체로선 이번 오디션이 판로 확대를 위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수제맥주 생산 면허를 받은 업체는 약 160곳에 달한다. 이 중 제주맥주와 세븐브로이처럼 맥주를 캔에 담아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에 납품할 수 있는 대형 생산시설과 유통 역량을 갖춘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자신의 맥주를 알릴 통로가 없다는 게 전국의 소규모 수제맥주업체의 가장 큰 고민”이라며 “생산설비를 갖춘 대기업 지원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오디션으로 발굴한 수제맥주 브랜드가 흥행에 성공하면 OEM을 늘려 맥주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미 제주맥주와 세븐브로이의 OEM을 맡고 있다. 세븐브로이의 ‘곰표맥주’는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큰 인기다. 이에 힘입어 롯데칠성음료 충주 1·2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20% 수준에서 올해 50%까지 올라왔다.
롯데칠성음료는 수제맥주 시장이 대중화되면 OEM 생산을 넘어 자사 맥주의 판매량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2014년 ‘물 타지 않은 맥주’ 클라우드를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후발주자의 한계로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소비자가 수제맥주를 자주 접하면서 맥주를 선택하는 기준이 ‘익숙함’에서 ‘맛’ 중심으로 변하고 있어 클라우드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