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남미 애니 1위…글로벌 합작과 IP의 힘이죠"

입력 2021-07-12 17:15
수정 2021-07-13 00:23
중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텐센트에서 1위를 차지한 ‘미니특공대’, 남미 디즈니플러스에서 1위에 오른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와 블랙캣’. 두 애니메이션은 모두 국내 기업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이하 SAMG)가 제작한 작품이다. 김수훈 대표(사진)가 이끄는 이 회사는 2000년 설립된 3D(3차원) 애니메이션 업체로, 독보적인 3D 기술과 세련된 영상 스타일로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는 그 비결에 대해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고 글로벌 합작을 꾸준히 해오며 노하우를 쌓아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현지 문화·취향 접목한 콘텐츠 인기”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미술과 컴퓨터에 관심을 두고 그래픽 작업에 뛰어들었다. 이후엔 그래픽 기술을 기반으로 삼지애니메이션을 설립했다. 최근엔 회사명을 SAMG로 바꾸고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직원 수는 180여 명에 달한다.

SAMG는 다른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에 비해 많은 IP를 보유하고 있다. ‘미니특공대’ 시리즈,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와 블랙캣’뿐 아니라 ‘캐치! 티니핑’ ‘몬카트’ 등이 이 회사 작품이다. 김 대표는 “대다수 국내 업체가 한두 개의 IP를 갖고 있는 데 비해 SAMG는 6개의 IP를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며 “해외에서도 8편의 작품을 공동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유아들도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제작 노하우도 익혔다. 그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아티스트들을 통해 많은 의견을 주고받으며 각국의 문화와 취향을 알게 됐다”고 했다. 텐센트에서 누적 조회 수 170억 뷰를 달성한 ‘미니특공대’엔 중국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많이 들어 있다.

“중국에서는 동물 애니메이션 선호도가 한국보다 높아요. 여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액션까지 가미했죠. 그 덕분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어요. 한한령(限韓令)에도 중국 플랫폼에선 작품을 빼지 못하고 방영을 이어갔죠.”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와 블랙캣’도 요즘 해외에서 유행하는 여성 히어로물을 접목해 제작한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일반 히어로물보다 섬세하고 감성적이다. “히어로가 나온다고 해서 액션물로 만들지 않았어요. 소녀 히어로물로서 학교와 남녀 학생들 간 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죠. 일반 애니메이션보다 감정 표현이 더 많고 작품 수준도 높아요.” 중국 법인 설립과 국내 상장도 추진자체 IP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도 하고 있다. 최근엔 유튜브 채널 25개를 운영하며 글로벌 팬을 늘려 가고 있다. IP마다 11개 언어로 자막, 더빙을 얹어 방영하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 수는 2600만 명, 조회 수는 150억 뷰에 달한다.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활용해 완구 사업도 하고 있다. 그는 “일본 업체들은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완구, 게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해왔다”며 “10년 전만 해도 일본이 이런 IP 활용 측면에서 앞서갔지만 이젠 한국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엔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한다. 엔터테인먼트 회사 와우따띠 등 중국 대기업 세 곳과 파트너십도 맺었다. 내년엔 국내 증시에 상장도 추진할 예정이다. “내년엔 작품과 굿즈 수출 등 해외 진출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만큼 해외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해나가겠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