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의 주원료인 강황을 섭취하면서 저항 운동(근력 운동)을 하면 애주가의 간(肝) 기능이 크게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간 건강의 지표가 되는 GOP·GPT·감마-GTP 등 간 효소의 혈중 농도가 뚜렷하게 감소한 것이다.
12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인하대 바이오메디컬학과 박동호 교수팀이 주기적으로 음주를 즐기는 30∼40대 남성 12명(평균 나이 36세)을 대상으로 강황 섭취와 저항 운동이 이들의 간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 결과(강황 섭취 또는 저항 운동과의 복합 처치가 성인 남성의 간 기능 효소들에 미치는 영향)는 한국운동생리학회가 내는 학술지 ‘운동과학’ 최신호에 소개됐다.
박 교수팀은 연구 참여자를 강황 분말 섭취(하루 1회 2∼3g, 350㎖의 물에 섞어 섭취)와 함께 저항 운동을 하는 그룹(6명)과 저항 운동은 하지 않고 강황 분말만 복용한 그룹(6명) 등 두 그룹으로 분류했다. 연구 참여자는 8주간 평소대로 주 2회 술을 마셨고(2시간 이내), 일정량의 안주(육회 200g, 삼겹살 300g)를 먹었다.
8주 동안 강황 섭취만 한 그룹에선 간 효소 수치인 GOT(AST)·GPT(ALT)·감마-GTP에서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강황 섭취와 저항 운동을 8주간 함께 한 그룹에선 GOT·GPT·감마-GTP 수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GOT·GPT·감마-GTP 수치가 올라가면 간세포가 많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커 흔히 간 건강의 지표로 쓰인다. 간에 염증이 생기거나 다른 이유로 간세포가 많이 파괴되면 혈중 GOT·GPT 수치가 높아져서다. 특히 GPT 수치의 상승은 비만·고지혈증·영양 과다·당뇨병과 관련된 간 질환이나 지방간 가능성을 시사한다. 감마-GTP는 알코올 섭취의 주요 지표이고, 인슐린 저항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꾸준한 운동이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감마-GTP를 정상치에 가깝게 감소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카레의 노란색 색소 성분인 강황은 생강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중국에선 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수 세기 동안 사용됐다.
박 교수팀은 논문에서 “강황의 약효 성분인 커큐민은 동물실험과 역학조사 등에서 항암·항산화·항염증·항바이러스·해독·간 기능 개선을 돕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암세포 증식과 관련한 혈관 신생 억제, 간의 콜레스테롤 저해 효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비(非)알코올성 간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메타(meta) 분석에선 8주간 매일 커큐민 보충제를 1,000㎎ 이상 섭취했더니 GOT·GPT 수치가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음주를 즐기거나 간 수치가 높은 사람에게 강황과 커큐민이 든 카레를 적극적으로 권장할만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