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티시오픈 품은 이민우 '누나 그늘' 벗었다

입력 2021-07-12 17:42
수정 2021-08-11 00:02
호주 동포 이민우(23)가 유러피언투어 스코티시 오픈(총상금 800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민우는 12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노스 버윅의 르네상스클럽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를 친 뒤 토마스 데트리(28·벨기에), 맷 피츠패트릭(27·잉글랜드)과의 1차 연장에서 혼자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상대들을 따돌렸다. 유러피언투어에서 거둔 두 번째 우승이다. ‘이민지 동생’ 꼬리표 뗐다 스코티시 오픈은 그가 첫 승을 올린 대회보다 몇 배나 규모가 크다. 지난해 2월 처음 우승한 ISPS 한다 빅오픈의 총상금은 110만달러(약 12억6000만원). 이민우가 이날 받은 스코티시 오픈 우승상금(133만3600달러)보다도 적다. 총상금이 800만달러인 스코티시 오픈은 유러피언투어에서 상금 규모가 큰 대회들로만 구성된 ‘롤렉스 시리즈’에 편성돼 있다.

스코티시 오픈은 또한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오픈(디오픈)의 전초전 역할을 해왔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유명 선수들이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다. 올해 대회에는 세계랭킹 2위 욘 람(27·스페인), 3위 저스틴 토머스(28·미국), 11위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 등이 출전했다. 이민우는 이들을 모두 이겼다. 이민우는 다음주 열리는 브리티시 오픈 출전권도 획득했다.

이민우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5승을 거둔 이민지(25)의 친동생이다. 아버지 이성남 씨는 아마추어 골프 고수, 어머니 이성민 씨는 레슨 프로 출신이다. 이민지는 2012년 US 여자 주니어를 제패했고 이민우는 4년 뒤 US 주니어 아마추어 정상에 올랐다. 미국골프협회(USGA) 주관 대회를 제패한 첫 남매였다.

이민지는 일찌감치 프로 무대에서 잠재력을 꽃피웠다. 2019년엔 세계 2위까지 올랐다. 출발이 늦었지만 이민우도 결국 꽃을 피웠다. 이민우는 앞서 “누나의 그림자가 워낙 커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내게는 좋은 동기 부여가 됐다”며 “사람들에게 누나가 세계 최고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라고 자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민우는 키 182㎝, 몸무게 74㎏으로 ‘슬림’한 체형이다. 하지만 특유의 유연성을 앞세워 장타를 뿜어낸다. 2018년 인천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선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330야드를 기록했다. 올 시즌 유러피언투어에선 308.89야드(25위)를 기록 중이다.

이민우는 이번 대회 4라운드에서 호쾌한 장타에 94.44%(17/18)의 그린 적중률을 곁들여 3번홀(파5)부터 6연속 버디를 잡아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16번홀(파5) 버디로 공동 선두에 올라섰고, 연장 1차전에서 약 3m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밀어 넣어 우승을 확정했다. 디오픈 대거 불참 선언오는 15일 영국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열 세인트조지스GC에서 개막하는 브리티시 오픈은 선수들의 ‘불참 선언’ 릴레이로 명성이 바래고 있다. 도쿄올림픽 한국 대표인 임성재(23)와 김시우(26)는 올림픽 준비를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 ‘아시아 최초 마스터스 챔프’인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29)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바로 도쿄로 향한다는 계획이다.

재미동포 케빈 나(38), 이경훈(30), 김주형(19)도 브리티시 오픈을 건너뛰기로 했다. 케빈 나와 이경훈은 가족의 안전 때문에 출전하지 않는다. 김주형은 백신을 맞지 못해 출전을 포기했다. 최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백한 미국의 매슈 울프(22),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31)도 불참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