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정부론' 이준석, 與 집중 공세에 "정상적인 대응하라" [종합]

입력 2021-07-12 14:16
수정 2021-07-12 16:37

더불어민주당이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의 필요성을 피력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수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어그로' 정치가 가관"이라고 했고, 김영배 최고위원은 "전형적인 '일베'식 사고"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대권 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도 가세했다. 이에 이 대표는 "어느 나라 여당이 이렇게 입이 험하냐"며 "정상적인 대응을 하라"고 반격했다. 'MB 아바타'부터 '박근혜 키즈'까지 등장…맹비난 나선 與 강 최고위원은 12일 '이준석의 어그로 정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어그로 정치'가 가관"이라며 "이 대표는 철학의 빈곤에서 기인한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론으로 코너에 몰리니 이를 모면하기 위해 한참 철 지난 작은 정부론을 들고나왔다"고 했다.

이어 "작은 정부론은 1970~80년대 영국 대처, 미국 레이건 집권기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며 사실상 용도 폐기된 정책"이라며 "국가 영향력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시장이 약육강식의 무대로 재편됐고 막대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발생해 사회 통합을 저해하면서 국민 경제의 역동성까지 파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0대 당대표인 이 대표가 미래가 아닌 철 지난 과거의 실패 정책을 앞세워 과도한 어그로나 끌면서 과거로 퇴행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며 "여가부, 통일부 폐지를 주장하는 이 대표 논리면 이 세상 젠더 갈등의 원인은 UN"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도 '박근혜 키즈', 'MB 아바타', '일베'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이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오전에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편 가르는 분열의 정치를 규탄한다"며 "빈곤한 철학뿐만 아니라 귀를 닫고 아무 말이나 하는 모습을 보면 '박근혜 키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철 지난 작은 정부론을 거듭 되뇌는 것을 보면 MB 아바타가 아닌가 싶다"며 "할 일이 없으니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일베식 사고"라고 지적했다.

당내 유력 대권 주자인 이 지사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포퓰리즘적인 무책임한 주장"이라며 "이어 "평등부 또는 성평등부 이렇게 해서 평등 영역에 대해 확대해 나가는 걸 고민해야지 '없애버린다' 이건 정말 무책임한 얘기 같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 역시 "통일부 폐지를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국내외의 의문을 야기하고 남북관계와 대외관계에 불편을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여가부 폐지론과 관련해선 "여성가족부는 그 업무를 부분적으로 조정할 필요는 있지만, 성 평등 사회 구현 등 본질적인 업무는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정상적인 대응은 없나"

이날 오후 이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의 원색적인 비난 세례를 두고 "누가 좀 정상적인 대응으로 '큰 정부론'이나 '통일부 유용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라"며 "도대체 어느 나라 여당이 이렇게 입이 험하냐"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 대표가 정상적으로 제기한 여가부·통일부 무용론과 작은 정부론에 대한 대응이 일베 몰이에 박근혜 키즈 언급에, 공부하라는 소리에, 총기 난사에, 젠더 감수성이라니 이건 뭐 그냥 난센스로 치닫는다'며 "야당 대표가 말해도 저런 수준의 대응이니 일반 국민이 정책 제안을 하면 어떻게 대응하겠냐. 국민과 지성인들은 양념과 우격다짐을 빼고 국가를 운영하는 모습을 바랄 것"이라고 반격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주말 내내 황당한 일들이 있었다"며 "먼저 작은 정부론에 따라 여성가족부와 통일부에 대한 폐지 필요성을 언급하니 민주당의 다양한 스피커들이 저렴한 언어와 인신공격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가족부와 통일부는 특임 부처이고 생긴 지 20년이 넘은 부처들이기 때문에 그 특별 임무에 대해 평가를 할 때가 됐다"며 "국내에서 젠더 갈등은 나날이 심해져 가고 있는데 여성가족부는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여성을 위한 25억 원 규모의 ODA 사업을 추진하는 등 부처의 존립을 위해 특임 부처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을 계속 만든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은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우리 국민을 살해하고 시식을 소각하는데 통일부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 조직들은 수명이 다했거나 애초에 아무 역할이 없는 부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야당과 입법부의 으뜸가는 역할은 정부의 기능에 대한 감시인데, 정부 부처들의 문제를 야당이 지적했더니 민주당에서는 젠더 감수성을 가지라느니, 윤석열 총장 의혹을 덮으려고 한다느니, 통일을 위해서 뭘 했냐느니 하고 있다"며 "이게 대한민국의 정당 간의 정상적인 상호 반론이냐. 국민들이 보고 있다. 최소한의 품격을 갖추라"라고 지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