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도주의 지원을 구실로 인권 문제를 들먹이지 말라며 미국을 비판했다. 미국의 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내정 간섭”으로 규정했다.
북한 외무성은 11일 홈페이지에 강현철 국제경제·기술교류촉진협회 상급연구사 명의의 글을 싣고 “미국이 인도주의 지원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외우곤 하는 인권 문제는 다른 나라에 대한 내정간섭을 실현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며 “미국이 인도주의 지원을 인권 문제와 연관시키는 속심이 주권국가에 대한 압박을 합법화하고 불순한 정책적 기도를 실현하려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이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제난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는 “(미국이) 인류의 이러한 불행과 고통을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려는데 악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많은 나라는 미국의 ‘원조’와 ‘인도주의 지원’에 많은 기대를 걸다가 쓰디쓴 맛을 봤다”며 “인도주의 지원은 그 어떤 경우에도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악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도 들었다. 외무성은 “미국의 인도주의 지원이란 다른 나라들을 정치·경제적으로 예속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며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캄보디아 등 미국이 경제적 지원을 중단·취소했던 전례를 근거로 들었다. 이어 “국제사회는 미국이 '인도주의 지원'을 거론하기에 앞서 악성 전염병에 대한 부실한 대응으로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인도주의적 참사의 후과를 가시고, 총기범죄·인종차별 등 온갖 사회악을 쓸어버리기 위한 국제적인 지원부터 받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하면서 조소하고 있다”며 역으로 미국 내의 인권 문제를 비판했다.
이같은 북한의 입장은 미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나왔다. 이례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북한 내부의 식량난을 인정했지만, 인권 문제를 언급하는 한 인도적 지원을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지난 6일(현지시간) 대북 식량 지원 사업을 재개할 계획이 있냐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질의에 대해 “북한은 계속해서 자국민을 착취하고 주민들로부터 자원을 빼앗아 불법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로 전용하고 있다”고 북한을 비판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해 다른 백신을 요청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국가정보원 산하 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백스를 통해 도입할 예정이던 AZ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해 북한이 수용을 거부하면서 다른 백신 대체 가능성을 타진했다”며 “북한은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으로 도입을 주저하고 있고 러시아 백신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무상 지원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