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웨이퍼 설계를 한 후 팹에서 제조를 해야한다. 이 때 제조는 크게 두 가지 세부공정으로 나뉘며, 웨이퍼를 설계도에 맞게 제조하는 전공정과 이를 마친 웨이퍼를 패키징하고 테스트해 최종 칩으로 만드는 후공정이 있다.
전공정에서의 미세공정 전환이 점점 어려워지고, 미세공정 전환으로 구현되는 성능 개선과 원가 절감 폭이 줄어듦에 따라 후공정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있다. 후공정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번째는 패키징 기술 발전으로 전체 칩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고, 두번째로는 고객사가 후공정을 포함한 턴키 주문을 선호해 후공정 내재화가 고객사 유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6월 초 있었던 '컴퓨텍스 2021'에서 AMD는 새로운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로 TSMC와 협업해 개발한 3D 칩렛(chiplet) 패키징 기술을 소개했다. AMD는 2015년부터 꾸준히 신규 패키징 기술을 소개해왔는데, 2015년 2.5D HBM, 2017년 MCM(멀티칩모듈), 2019년 칩렛, 이번에는 3D 칩렛이다. 2019년에 AMD가 CPU에 적용한 칩렛 구조는 다이 사이즈(die size)를 줄임으로써 더 많은 CPU 코어를 만들 수 있었고, 멀티코어 CPU를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다. 이는 CPU 자체 성능 개선보다는 같은 칩의 성능을 낼 수 있는 CPU를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방식이다.
이번에 발표한 3D 칩렛은 같은 성능의 CPU를 경쟁사 대비 저렴하게 만드는 목적보다는 성능 개선 그 자체에 있다. AMD는 이번 행사에서 3D 칩렛이 적용된 라이젠 5900X 프로토타입을 공개하고 벤치마크를 비교했는데, 평균 15%의 성능 개선이 나타났다. 이는 CPU 코어 공정전환 없이도 성능 개선이 나타난 것으로 실제로 후공정 기술을 통해 칩 성능이 좋아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다.
앞으로 후공정 패키징 기술 고도화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더불어 3D 패키징을 적용한 칩의 영역도 계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패키징 기술 고도화는 향후 후공정에서의 프로세스 컨트롤 공정 확대를 가져온다. 관련된 해외 기업으로는 미국 ONTO 이노베이션, 네덜란드의 BESI, 일본의 TOK(도쿄응화공업)가 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