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론을 들고나온 이유에 대해 12일 "이들 부서는 수명이 다했거나 역할이 없는 부처들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여성가족부와 통일부는 특임부처이고 생긴 지 20년이 넘은 부처들이기 때문에 그 특별 임무에 대해 평가를 할 때가 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국내에서 젠더 갈등은 나날이 심해져 가고 있는데 여성가족부는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여성을 위한 25억 원 규모의 ODA 사업을 추진하는 등 부처의 존립을 위해 특임부처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을 계속 만든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북한은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우리 국민을 살해하고 시신을 소각한데 통일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 이 조직들은 수명이 다했거나 애초에 아무 역할이 없는 부처들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과 입법부의 으뜸가는 역할은 정부의 기능에 대한 감시다"라며 "정부 부처들의 문제를 야당에서 지적했더니 젠더 감수성을 가지라느니, 윤석열 총장 의혹을 덮으려고 한다느니, 공부하라느니, 통일을 위해서 뭘 했냐 느니. 이게 대한민국의 정당 간의 정상적인 상호반론 인가. 품격을 갖추라"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 대표가 '통일부 폐지론'을 주장하고 나서자 정치권에서는 바로 반박이 쏟아져 나왔다. 여당은 이 대표의 역사의식을 질타했다. 야당 내에서도 "반(反)통일 세력 오명을 쓸 필요가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0일 "통일부를 폐지하라는 부족한 역사의식과 사회 인식에 대한 과시를 멈추길 바란다"고 반격했다. 이어 "여성의 날에 통일부 여성들과 꽃을 나눈 것이 재미없다는 건지 무의미하다는 건지"라며 "여전히 이 대표의 젠더 감수성은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꽃을 언급한 이유는 이 대표가 통일부 폐지론을 거론하며 "성과와 업무영역이 없는 조직이 관성에 의해서 수십 년간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 공공과 정부의 방만이고 혈세의 낭비"라며 "농담이지만 심지어 통일부는 유튜브 채널도 재미없다. 장관이 직원에게 꽃 주는 영상 편집할 돈 이거 다 국민의 세금"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여성가족부라는 부처를 둔다고 젠더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것처럼 통일부를 둔다고 통일에 특별히 다가가지도 않는다"며 "오히려 여성가족부가 존재하는 동안 젠더갈등은 심해졌고, 이번 정부 들어서 통일부가 무엇을 적극적으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통일부가 관리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폭파되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적한 이 장관이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직원들에게 장미꽃을 전달하는 모습 등이 담긴 통일NOW 유튜브 영상은 3개월 동안 800회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해당 영상에는 #평화 #통일 #이인영의 태그가 달렸다.
한편 지난해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 씨가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됐다 북한군의 총격에 숨졌으며 해상에서 시신까지 소각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사망 다음날 북한에 마스크 등 의료물자를 지원하는 반출을 승인한 것으로 나타나 빈축을 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