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유리, 소녀시대 타이틀로 쉽게 연기?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입력 2021-07-14 09:18
수정 2021-07-14 09:19


"승마를 10년 정도 전부터 배웠어요. 언젠가 막연하게 '사극 속 주인공처럼 멋지게 타보자' 해서 시작했죠. 액션과 검술도 배웠어요. 언젠가 캐릭터로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데뷔 때부터 스타였고, 걸그룹으로 세울 수 있는 모든 기록을 세우면서 10년 넘게 정상의 자리를 지켰던 소녀시대였다. 소녀시대에서도 비주얼 멤버로 꼽혔던 권유리가 연기자로 활동을 시작한 건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2012년 SBS '패션왕'으로 연기로 활동 영역을 넓힌 권유리는 올해로 연기자로도 10년 차가 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권유리의 연기 필모그라피를 보면 단순히 소녀시대의 명성을 이용했다기엔 멀고 험한 도전의 길을 택해왔다.

지난 4일 막을 내린 MBN '보쌈:운명을 훔치다' 역시 권유리에겐 첫 사극이었다. 하지만 안정적인 연기로 극을 이끌면서 마지막 회 전국 일일 시청률 9.8%, 최고 시청률 11.2%(닐슨코리아, 유료 기준)로 역대 MBN 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를 꿰찼다.

'보쌈'은 생계형 보쌈꾼이 실수로 옹주를 보쌈하면서 벌어지는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그린 로맨스 사극이다. 권유리가 연기한 수경은 광해군(김태우)과 소의 윤 씨(소희정) 사이에서 태어난 옹주다. 어려서부터 당차고, 남자아이들에게도 지는 법 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치적 밀약으로 원하지 않던 상대와 결혼하는 것도 모자라 신혼 첫날밤도 못 치르고 과부가 된다는 인물이다.

보쌈꾼이었던 바우(정일우)를 통해 한단계 성장하고, 스스로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주저함이 없었던 수경은 행동하는 여인의 모습으로 더욱 지지를 받았다.

방송 내내 여유 있는 모습으로 극을 이끈 권유리는 "처음엔 '왜 한다고 했을까' 몇 번씩 마음이 바뀌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물에 빠지고, 말을 타고, 활을 쏘며 그야 말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친 권유리는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면서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선 경험이 중요해 이것저것 많이 배웠다"면서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수경이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서 "수경을 통해 저 역시 성장할 수 있을 거 같았다"던 권유리는 애써 소녀시대라는 꼬리표를 떼려 노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 활동하며 이런저런 일을 겪고 단단해진 부분들이 수경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됐다"면서 단단한 내면을 자랑해 앞으로 '연기자' 권유리의 모습을 기대케 했다.

▲ 우여곡절이 많던 캐릭터였습니다. 어떻게 수경이라는 인물을 분석했을까요?

'보쌈'은 저에게도 첫 사극이었어요. 그 부분이 주는 부담감도 있었죠. 사극보다는 캐릭터 자체를 고민하고 접근했더니 수월하게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옹주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집중했어요. 바우를 만나 성장하고 반응하는 모습이 주체성을 갖고 있어요. 그걸 캐릭터에 담고 싶었어요. 권유리라는 사람이 수경이라는 캐릭터를 거울삼아서 어떻게 보일까를 고민했죠.

▲ 소녀시대 유리가 아닌 배우 권유리로 보였다는 반응도 많았어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벗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던 거 같아요.

좋은 작품에 출연한 것만으로 감사하고 행복한데 좋은 반응이 나와서 더 감사했어요. 좋은 자극도 됐고요. 사극이라는 장르를 도전하는 것에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컸어요. '내가 잘 한 걸까' 5번 이상 생각했어요.(웃음) '잘하자'고 해놓고, 돌아서면 '괜한 걸 하지 않았나' 불안했어요. 이 작품을 통해 다양한 장르를 도전할 수 있을 거란 마음, 자신감을 얻었어요.

▲ 사극의 두려움은 어떻게 이겨냈을까요.

낯선 공간, 낯선 의상, 낯선 인물, 익숙하지 않은 말투까지 부자연스러운 상황들이 어색했어요. 그런데 이게 캐릭터로 몰입하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메이크업을 하고, 의상을 입고, 촬영장에 가면 수경이 상황이 잘 와닿더라고요. 다만 아직 처음이라 장소가 주는 분위기에 눌리는 부분도 있었어요. 강약 조절이 자유자재로 되지 않았어요.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 수중촬영을 소화하거나, 활을 쏘고 말을 타는 등 액션 장면이 많았어요.

수중촬영은 처음이지만 수영을 좋아하고, 스쿠버다이버 자격증도 있었어요. 그래서 물과 익숙하고 좋아한다 생각했는데 수중 촬영은 또 달랐어요. 절벽에서 뛰어내려서 물속 깊이 가라앉는데 한복이 흰색이라 물속에서 비칠까 봐 3겹, 4겹을 껴입고 들어갔어요. 옷이 너무 무거운데, 죽는 연기를 하려니 쉽지 않더라고요. 귀도 막히고 코도 막히는데 얼굴을 찡그려도 안 되니까 어려웠어요.

승마도 10년 정도 전부터 배웠어요. 언젠가 막연하게 멋진 사극 속에 나온 인물들처럼 타보자 해서 시작했어요. 액션도 막연하게 ''미녀삼총사'에 나오는 액션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하는 바람과 생각으로 무술을 배웠어요. 액션 장면을 위해 합을 맞추는 게 춤추는 것과 비슷하더라고요. 순서대로 짜인 동작을 하는 게 소녀시대로 활동한 게 도움이 됐어요.

▲ 미래를 도모하며 지금 배우거나 준비 중인 것이 또 있을까요?

검술도 배웠어요.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면서 매력을 발산할 수 있기 위해 경험이 중요한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 배웠어요. 검술은 검 쓰는 장면 이겨야 하니까 배웠어요. (웃음) 그리고 언어. 언젠가 캐릭터로서 인사드릴 때가 올 때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 연기에 도전하고 적지 않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보쌈'은 시청률과 호평을 모두 잡아 감회가 특별했을 것 같아요.

연기를 잘했다는 피드백이 저에겐 가장 행복했어요. 가수였을 땐 '무대가 멋있다'가 가장 좋은 칭찬이었다면, 연기를 할 땐 '연기 좋았다'가 가장 좋죠. 같이 작업한 분들과 '잘 어우러진다'는 말도 좋았어요. 정말 행복하고 뿌듯했어요.

▲ '보쌈'을 하면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긍정적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수경은 정말 좋은 인물이에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내고 나면 저에게도 좋은 영향이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는 인물이었다가 바우를 통해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어요. 어려움에 닥쳤을 땐 자신을 희생하려 했죠. 권유리라는 사람은 저렇게 수경이처럼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 함께 연기한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요?

바우 역의 정일우 배우는 감정의 깊이를 같이 나눠줘서 시너지 효과가 났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그게 고마웠어요. 먼저 다가와서 어떻게 연기를 하는 게 좋을지 적극적으로 말을 해줬으니까요. 그런 부분이 연기적으로도 잘 드러난 거 같아요. 신현수 배우는 대엽이라는 캐릭터와 딱 맞았어요. 진중하고, 진지하고, 매사에 깊이가 있는 분이라는 걸 대화를 하며 느꼈어요. 그래서 더 재밌었어요.

▲ 바우가 얼굴은 정일우라도 조건만 본다면 애 딸린 유부남에 가난한 남자였어요. 실제로도 사람만 보고 결혼할 수 있을까요?

인간 권유리라도 그런 상황에선 감정이 동요했을 거 같아요. 바우라는 인물을 만나서 사람이 갖고 있는 깊이감을 느낀 거잖아요. 수경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거 같아요. 크게 다르지 않을거 같아요.

▲ 수경 캐릭터에 녹여낸 본인만의 성격과 가치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진 못했어요.(웃음) 오래 활동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겪고, 단단해진 부분들이 수경을 통해 표현된 거 같아요. 10대부터 활동하면서 어떤 관계로 맺어지기 전부터 친구였고, 동료였고, 데뷔 후엔 같이 사는 가족이 됐어요. 수경이 감당해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소녀시대로 단체 생활을 하고, 활동을 하며 느낀 부분들이 많이 생각났어요. 서로를 배려하고 균형을 잡는 것들이 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 소녀시대 멤버들 반응은 어때요?

효연이는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몰랐다'고 메시지도 보내주고 본방사수 인증샷도 보내주고. 그렇게 격려해주고, 응원해줬어요. 수영이는 어머님이 본방사수하는 걸 찍어서 보내주더라고요. 드라마를 좋아하는 연령층이 다양하다는 걸 느꼈어요.

▲ 본인 외에 연기를 하는 멤버들도 있어요. 사극을 준비할 때 조언해준 내용이 있나요?

확실히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다 보니 실질적인 도움이 됐어요. 사극 한 친구들이 있으니까 추운 산속에서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팁을 알려주더라고요.(웃음) '히트텍은 몇 개 입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요.

▲ 첫 작품을 했던 권유리와 지금의 권유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패션왕'이 첫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인연이 이어져 나가는게 감사해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대본을 읽었을 때 다가오는 감정과 이해도가 달라진 거 같아요. 예전엔 '어떻게 이런 말을하지?' 이렇게 단정지었다면, 요즘의 저는 '그럴 수 있을 거 같아'라고 수긍의 범위가 커졌어요.

▲ 내년이면 소녀시대 데뷔 15주년인데, 혹시 단체 활동을 기대해보아도 될까요?

멤버들이 각자 분야에서 열심히 살고 있어요. 자부심도 느껴요. 그래서 지난 활동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서 얘긴 나누고 있어요. 조금 더 기다려주시면 감사할 거 같아요.

▲ 연기자 권유리에 대한 기대도 높은데, 차기작 계획이 있을까요?

감사하게도 제안을 해준 작품들이 있어서 멀지 않은 시기 내에 찾아뵐 수 있을 거 같아요. 다음이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이런 계획을 물어봐 주셔서 감사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