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주식투자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낚시하는 것과 비슷했다. 쉽게 수익이라는 물고기를 건져 올릴 수 있었다. 올해는 난도가 높아졌다. 많은 종목이 급등해 오를 만한 종목을 고르는 게 쉽지 않다. 이런 시장에서 전문가들은 여전히 저평가된 주식으로 우선주를 꼽고 있다. 주주의 권리가 강화되는 트렌드, 저평가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우선주 투자를 문답 형식으로 알아봤다. ▷우선주가 저평가된 이유는.
그동안 우선주는 ‘열등한’ 주식으로 인식돼 왔다.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 대비 40~5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보통주보다 가치가 낮은 것은 아니다. 의결권이 없어 가격이 낮은 것에 대한 반대급부는 두 배에 가까운 시가 배당률이다. 일반적으로 보통주보다 배당도 더해준다. 회사 청산 시 재산권 청구에서 보통주보다 우선권을 갖는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에서는 보통주보다 우선주 가격이 높은 경우도 많다.
그동안 국내에서 우선주가 저평가된 이유는 기업들이 배당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평균 배당 성향이 15~20% 정도로 선진국(50% 정도)의 절반도 안 됐다. 대기업 오너의 지분율이 낮아 배당을 적극적으로 할 이유가 없었다. 의결권(기업 지배권)을 가진 보통주에 ‘프리미엄’이 부여된 이유다. ▷우선주가 왜 유망한가.이 같은 우선주 저평가의 근거들이 사라지고 있다. 대주주의 자의적 경영이 어려워지고, 주주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배당 성향도 올라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배당 성향은 작년 40%까지 높아졌다. 투자 수단으로서 가치도 우선주가 높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공유할 방법은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회사 청산 등 크게 세 가지인데, 모든 측면에서 우선주가 비교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 시 1순위가 될 가능성도 높다. 회사 입장에서 돈이 많이 들어가는 우선주를 소각하는 것이 재무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쌍용양회는 작년 6월 우선주를 시가보다 70% 이상 높게 매수해 전량 소각했다. 신영증권은 지난 4월 우선주 5만 주 장내 매수를 결정했다.
재평가가 이뤄질 경우 수익률은 높아진다. 삼성전자가 대표 사례다. 각종 주주친화 정책에 힘입어 삼성전자우는 지난 3년간 93% 올랐다. 같은 기간 보통주는 71% 상승했다. 현재 우선주는 보통주 가격의 91%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좋은 우선주 고르는 법은.국내에서는 투자가치가 가장 낮은 우선주가 고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배당을 하지 않고 유동성이 거의 없는 우선주들이다. 시가총액이 작기 때문에 투기적 자금이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작년에는 3만원대였던 삼성중공업 우선주가 90만원대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이런 우선주는 피해야 한다.
강방천 회장은 우선주의 조건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주가가 오를 만한 좋은 기업이어야 한다. 우선주도 실적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통주와 괴리가 크면 향후 그 차이를 좁혀가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유리하다. 두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유동성까지 높으면 더 좋다.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우선주는 대주주가 의결권 관련 지분율을 떨어뜨리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고 싶을 때 발행한다. 이 때문에 우선주를 여러 번 발행한 기업들은 우선주 종류도 여러 개다. 현대차의 경우 현대차우, 현대차2우B, 현대차3우B 등 세 가지가 있다. 이런 우선주들은 거의 똑같지만 발행 당시 상황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현대차2우B는 주당 배당금(작년 3100원)이 다른 우선주보다 50원 많고 유동성이 풍부하다. 현대차 주식 중엔 2우B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현대차 우선주는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있다. 보통주 대비 우선주 가격이 48% 수준이다. 시가 배당률은 2.76%로 보통주의 두 배다. 정의선 회장이 취임하면서 주주친화 정책도 강화되고 있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주주의 권리가 강화되면 우선주와 보통주의 차이는 좁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LG화학과 LG전자 우선주도 추천주로 거론된다. LG전자우 가격은 보통주의 47% 수준이다. 시가 배당률은 작년 배당금 기준 1.66%다. LG화학우는 시가 배당률이 2.69%로 배당주로서의 매력도 있다. 보통주 대비 가격은 44%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