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에 월세 사는데, 집 살까요?"…한국만 그런 게 아니었다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1-07-10 12:14
수정 2021-07-10 18:24

"33살이고 월세로 살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모두 집을 사서 저도 매입해야 할지 고민이 큽니다."

치솟는 집값에 한국은 물론 미국의 2030 직장인들도 고민이 깊다. 미국 아마존 직원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 미국판의 부동산 게시판에 위 같은 고민을 토로하자 600개 넘는 댓글이 달리며 주목을 받았다. 2015년 미국에 진출한 블라인드는 현재 미국에서 100만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10일 기준 미국 블라인드 부동산 게시판에는 '33살이고 여전히 월세살이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이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게시글을 작성한 아마존 직원은 '아이 없는 기혼자고 8년 동안 이사할 계획은 없다"며 "적잖은 자사주(RSU)를 보유하고 있는데 집을 살까 말까"라며 설문 조사를 했다.

설문 조사에는 8030명이 참여했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문항을 고른 응답자가 전체 39.9%(3202명)로 가장 많았다. '사지 말고 지금처럼 월세를 살아야 한다'는 항목을 고른 응답자는 22.9%(1842명)에 달했다. '매수 시점을 놓쳤다'는 응답자는 6.3%(507명)로 집계됐다. 설문 참여자 가운데 과반수가 집을 매입할 때가 아니라고 답한 것이다. '지금 사야 한다'는 응답자는 16.7%(1339명)에 불과했다. 기타(무응답)는 14.2%(1140명)에 달했다.

블룸버그 직원은 "재택근무(WFH·Working From Home) 열풍이 이어지면 두 가지 경로를 바탕으로 집값을 끌어내릴 것"이라며 "빅테크기업이 몰린 '테크 허브'(Tech hub) 지역의 집값이 내려가는 경우가 첫 번째 경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택근무를 도입한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 근로자를 고용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인건비가 저렴한 유럽 러시아 인도 지역 근로자의 고용을 늘릴 것"이라며 "미국 임금이 떨어지면서 모든 것의 가격을 떨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구글 직원은 "33살이고 자녀가 둘인데 매달 월세로 4000달러를 낸다"며 "이 집을 사려면 180만달러나 내야 하는 데 매입하는 것보다 임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답했다.

반면 미국 엔지니어링업체인 제이콥스 직원은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주장에 현혹되지 말고 내집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 흐름을 보지 말고 좋은 매물과 거래를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 나우 직원도 "당신이 보유한 자사주(RSU)를 팔고 투자처를 다각화해야 한다"며 "레버리지를 바탕으로 부동산을 사는 것은 괜찮은 투자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택담보대출처럼 금융회사로부터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 어딨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미국 직장인들이 집값을 놓고 갑론을박에 나선 것은 그만큼 미국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인 것과 맞물린다. 지난 4월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전미 주택가격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6% 상승했다. 1987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후 34년 만에 가장 상승폭이 컸다. 케이스실러 지수는 3월에도 13.3% 뛰었다. 이 지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칼 케이스 웰즐리대 교수가 공동 개발한 미국 집값 변동 측정 지표다.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든 데다 저금리 여건이 지속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미국의 집값이 치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