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메타버스·NFT…새 성장동력 찾는 K팝 [연계소문]

입력 2021-07-11 19:37
수정 2021-07-11 19:38

전 세계 무대에서 인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K팝 시장이 일제히 미래로 눈길을 돌렸다. 비대면 콘텐츠의 급성장과 맞물려 호황을 누린 플랫폼 사업을 기반으로, 이제는 메타버스에 NFT까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이 IT 기업과 손잡으며 체질 변화를 시작한 데 이어 본격적으로 미래형 K팝 시장의 청사진을 그리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화제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했던 복병을 만난 업계는 초반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내 비대면 상황에 맞춘 산업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오히려 더 빠르게 K팝 시장의 수익 다변화를 이끌어냈다. 앨범을 팔고, 공연을 개최해 티켓 수익을 내고, 굿즈를 팔던 기존 엔터 산업의 틀을 다채롭게 재구성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년 하반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은 전년 대비 0.5% 감소한 126조로 집계됐다. 코로나19의 여파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하반기부터는 오히려 매출액이 증가했다는 것. 이를 두고 업계는 K팝 플랫폼 출시, 온라인 콘서트 등의 대응책을 모색하면서 매출액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이 같은 대안들이 정착하고 더 강화 및 발전하는 시기로, 새 수익원을 안정적으로 구축해냈는지를 판가름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플랫폼의 중요성과 가능성은 벌써부터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방탄소년단, 세븐틴, TXT, 엔하이픈 등 소속 그룹은 물론, 해외 아티스트들까지 입점한 팬 플랫폼 위버스는 하이브의 주요 수입원이 됐다. 박하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9일 하이브의 목표주가를 38만 원으로 상향하며 위버스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그는 "위버스 플랫폼(지분율 51%)의 가치를 기존 4조 원에서 5조 5000억 원으로 상향조정했다"며 "현재 이용 고객이 500만 명 수준이나 국내외 아티스트 신규 채널 개설과 네이버 V라이브와의 합작으로 올해 말 3000만 명, 내년에는 45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위버스 대항마로는 SM엔터테인먼트과 JYP엔터테인먼트가 힘을 모은 디어유가 있다. JYP는 지난달 SM의 팬 플랫폼인 '디어유 버블'에 약 213억 원을 투자, 지분 23.3%를 취득했다. 디어유의 핵심 사업인 '디어유 버블'은 1:1 채팅 형태로 아티스트와 나만의 특별한 프라이빗 메시지를 주고받는 서비스 플랫폼이다. 지난해 출시돼 해외 이용자 비중이 68%에 이르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에게도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으며, 코스닥 상장까지 앞두고 있다.

콘텐츠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의 가능성을 본 엔터업계는 아티스트 IP 활용 범위 확대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빅히트는 상장 후 사명을 하이브로 바꾸고 진작에 "하이브는 IT기업"이라고 천명해왔다. 최근에는 메타버스와 NFT가 K팝 신의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일컫는다. SM은 신인 걸그룹 에스파를 선보이며 멤버별로 '아이(ae)'라 명명한 아바타를 두고 본격적으로 메타버스와 K팝을 접목시켰다. 최근에는 아예 SM의 음악과 아티스트 세계관이 어우러진 공간을 '광야'라 칭하며 그것이 자신들이 그리는 메타버스라고 밝히기도 했다.

SM은 아티스트 IP를 가상의 공간에서 다양하게 재생산하며 끊임없이 확장해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한한 확장에 있어 '프로슈머'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NFT(대체불가토큰·non-fungible token) 사업에 뛰어들었다. NFT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소유권을 인증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음원이나 뮤직비디오 등 디지털 데이터에 고유한 식별값을 붙여 개인이 '소유'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모두에게 공유되고 복제될 수 있는 무형 자산의 한계를 극복, 고유의 값이 부여된 꼬리표를 달아 위·변조가 불가능한 상태로 영구 보존이 가능하도록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NFT를 활용한 사례가 여러 차례 화제를 불러모았다. 캐나다 팝 가수 위켄드는 지난 4월 디지털 음원과 아트워크 등에 고유의 식별값을 붙인 뒤 경매로 팔아 229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린제이 로한도 자신의 모습이 담긴 NFT 아트워크를 약 6만 달러에 판매했다.

국내에서도 NFT 활용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래퍼 팔로알토가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NFT 형태의 앨범을 발매했고, 이후 이날치는 '범 내려온다'를 NFT 음원으로 공개했다. 가수 세븐도 지난 7일 신곡 '모나리자'를, 그룹 에이스(A.C.E)는 포토카드를 NFT로 발매했다.

NFT는 막강한 소비력의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K팝 시장에서 단연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굿즈 문화가 성행하고 있는 K팝 시장인 만큼, 디지털 콘텐츠 영역으로 해당 특성을 그대로 옮겨와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소유욕이 강한 팬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엔터 입장에서는 현재의 콘텐츠 사업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수익을 보강할 대체재가 될 수 있을 테다.

반면 아티스트의 사사로운 부분까지 디지털 상품화해 거래하는 등 극심한 상업주의로 번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희소성과 작품성을 중시하는 미술계에서는 이미 보수적 체계를 허물고 미술품 거래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긍정적인 평과 함께 '디지털 원본'의 실제 가치에 대한 의구심, 투기 의심 등이 흘러나온 상태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실속 있는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면 "콘텐츠가 제3의 화폐가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말에 당연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만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만큼, 대중문화를 이끄는 기획자 및 창작자들이 주체적으로 미래의 음악시장을 위한 건강하고 다각적인 고민도 함께 이루어내야 하는 시점인 것도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가온차트를 운영하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의 최광호 사무총장은 'OK POP!!'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단순히 음원만 팔 수 있는 게 아니라 NFT 기술을 이용해 K팝 가수의 일거수일투족 모두를 팔 수 있게 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라며 "모든 게 기술적으로 판매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무리한 사업화에 따른 부정적 여론, 스타들의 초상권 문제, 무분별한 수익화에 따른 부작용 등에 대해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을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