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철로 변환기 앞에 서 있다. 그리고 기차가 멀리서 달려오고 있다. 한쪽 철도에는 4명의 사람이, 반대편 철도에는 1명의 사람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모두 평범하고 선량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철도 변환기를 작동시키지 않으면 4명이 죽고, 작동시키면 1명이 죽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트롤리 딜레마 개념이다. 이 딜레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사람과 환경을 지킬 것인가, 돈을 선택할 것인가.
ESG는 환경만 지킨다고 이뤄지는 개념이 아니다. 환경은 기본으로 챙기면서 청렴한 기업 지배구조, 일하면서 사람이 다치거나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드는 노력을 병행해야 하는 개념이다. 수익을 우선해야 하는 경영이 이런 개념과 대립하게 되면 수익과 사람의 목숨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필자는 한때 전자상거래 업체 C사와 H은행을 자주 이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두 기업의 이용을 피하고 있다. C사는 소속 배송 담당자뿐만 아니라 판매자들에게도 피해를 전가했다. 일반 택배로 물품을 보내고 지연이 발생하면 그 책임을 배송사가 지는 게 아니라 판매자의 점수를 깎는 식으로 대응했다. 해당 업체의 운영 시스템이 짝퉁 상품으로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동시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화재 안전 관리 미흡으로 선량한 소방관이 희생되기까지 했다. H은행은 펀드 먹튀 소식과 계열 카드사 사장이 상품을 매춘부에 빗대 소개하는 등 다양한 논란이 터져나왔다.
필자가 이들 기업의 이용을 멀리하기까지는 긴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ESG 경영 가운데 S(사회적 책임)분야에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해 탈퇴를 결심하게 됐다.
ESG 경영을 흉내내는 기업을 ‘그린워싱’ 또는 ‘블랙기업’이라고 부른다. 최근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스스로를 속이는 기업들 때문에 이런 용어가 등장했다. 게임 개발사부터 일반 제조사, 서비스 기업까지 다양한 회사가 이런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이미지 관리용으로 ESG 경영을 펼치는 기업은 향후 부메랑을 맞을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경영을 하면 될 것이다. 후손에게 물려줄 것은 단순히 부(富)만이 아니다. 환경과 사회, 깨끗한 경영을 함께 물려줘야 한다.
장지환 생글기자(공항고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