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스폰서'의 시초는?검찰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 온 '스폰서' 관행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요? 잠시 1990년대로 가보겠습니다.
지금이야 국가에서 수사비를 지원해주지만 그때만 해도 검사들이 따로 받는 수사비는 없었다고 합니다. (체포해 온 피의자 밥값을 검사 개인이 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 지금이야 검사들이 경계를 하겠지만 그때만 해도 지방근무를 하게 되면 '지역 유지'들과의 접촉이 매우 잦았다고 합니다. 검사들은 법무부 산하 민간단체 법사랑위원회 (구 범죄예방위원회) 위원들을 통해 지역 유지들을 소개받곤 했습니다.
법사랑위원회는 1960년대 생긴 갱생보호공단의 후신인데 일종의 자원봉사단체입니다. 각종 공식행사나 지역모임 등에서 자주 마주치다보면 끈끈한 관계를 이어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법조계선 △돈이 부족한 가운데 △지역 유지들과의 잦은 접촉, 이렇게 두 가지 배경을 소위 검찰 '스폰서 관행'의 시초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것들은 핑계고 당시만 해도 "인맥·친분을 통해 금품을 받는 데 경각심이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후배검사들, 정신 바짝 차려야"그로부터 약 30년이 흐른 2021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모 부부장검사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습니다. 지난 5월 법무부는 2019년 소위 '라임 술접대'에 얽힌 검사 3명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고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도 따지고 보면 건설업자 등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의혹이 핵심입니다.
검찰 내부에선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검사들은 과거와 같은 '악습'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라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다만 수도권 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후배들이 "정신을 바짝 차릴 필요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옛날 같은 스폰서는 없어진지 오래죠.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요.
다만 예나 지금이나 '업자'들은 있기 때문에 항상 경계심을 늦추면 안 돼요. (술자리) 1차에서 동료 검사들끼리 기분 좋게 먹고, 2차 넘어가서 어리벙벙하게 있는데 거기서 누구누구 소개로 업자가 낄 수도 있어요.
평소 신뢰하던 선배 따라서 자리 나갔다가 얽히는 경우도 있죠.
요새는 검사라는 이유만으로 더 얘기가 돌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한번 자리 잘못 나갔다가 큰일나는거에요. 식사자리에서 뭔가 찝찝하면 그냥 밥값 계산하고 나와야돼요.
한 검찰 중간급 간부는 스폰서 '문화'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문화'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광범위하게,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건데 사실 전혀 아니거든요. 2000년대 초반 즈음을 기점으로 다 사라졌어요.
검사들이 스폰서 한 명씩 다 쥐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던데 99%의 검사들은 안 그래요. 남아있다면 1% 아주 몰지각한 그런 사람들이나 그러겠지.
요새 후배들 중에서는 선배들하고 어울리는 것 조차도 경계하는 애들이 많아요. 그런 친구들이 '스폰서 문화'라는 표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참 씁쓸합니다.
물론 잘했다는 건 아니에요. 잘못한 건데 그건 개인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일이지 문화적인 양상으로 볼 건 아니에요.
"공직자 본인이 조심했어야"…근본적 대책 필요명함도 서너개씩 들고 다니는 '업자'들이 대놓고 "나 업자요"라고 식사자리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평소 따르던 선배가 소개해 준 자리이니 믿고 나갔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적 일탈에 불과하고 선배따라 만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금품과 향응이 오갔다는 사실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습니다.
주위 지인들에게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냐"고 물어보니 "어쨌든 공직자 신분이니 본인들이 조심했어야야 되는 것 아니냐", "국민들에게 검사는 개인이 아니라 검찰 그 자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검찰이 더이상 국민들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이러한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됩니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를 두고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획통, 특수통 같은 '통'을 만들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기수별로 특수통, 금융통 이렇게 정해지면 외부에서도 이걸 알고 반드시 '나쁜 놈'들이 붙게 돼 있어요. 업자들끼리 검사 관리해야 한다고 하면서 붙는단 말이에요.
인지부서는 순환을 시켜야 해요. 같은 사람들을 계속 배치하면 비슷한 일들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봅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