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20대 여성 지지도가 1%까지 추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20대 남성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2030 여성들의 야당에 대한 지지도가 눈에 띄게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 유력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20대 여성의 선호도도 다른 성별·연령층 대비 현저히 떨어졌다.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등 젠더 갈등이 내년 대선 레이스에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에 등돌린 2030 여성여론조사 기관인 글로벌리서치가 6월30일부터 7월2일까지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18~29세 여성 중 국민의힘 지지도는 단 1%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27.6%로 가장 높았고 국민의당(6.8%), 정의당(5.6%) 순이었다. ‘지지하는 정당 없음’은 44.4%였다. 30대 여성도 국민의힘 지지도가 14.4%로 민주당(41.3%) 대비 크게 낮았다. 전체 응답자 중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32.3%), 국민의힘(29.2%) 순으로 나타난 것과 딴판이다.
같은 기관이 지난 2월 실시한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6.4%였다. 불과 4개월 만에 국민의힘 지지도가 6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민주당 지지도는 28.8%로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7월 조사에서 20대 남성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44.9%로 모든 성별·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민주당 지지도는 16.5%였다.
지난 2월 20대 남성의 정당별 지지도는 국민의힘 17.4%, 민주당 24.3%였다. 국민의힘 지지도가 4개월 간 27.5%포인트 오르는 동안 민주당 지지도는 7.8%포인트 빠졌다는 얘기다.
20대 여성은 대선주자 선호도에서도 전체 응답자 및 20대 남성과 확연히 다른 결과를 나타냈다. 7월 조사에서 20대 여성 중 선호도가 가장 높았던 대선주자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0.0%)였다.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9.4%),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7.6%),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6.2%) 순이었다. 윤석열 전 총장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5.4%로 5위에 그쳤다.
전체 응답자에서는 이 지사(26.5%)와 윤 전 총장(25.0%)이 1·2위를 다퉜다. 20대 남성에서도 이 지사(20.9%)와 윤 전 총장(18.1%)간 지지율 격차는 미미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2.3%로 3위, 이 전 대표가 6.9%로 4위였다. 여야 양자대결서도 2~3배 격차정치권에서는 20대 남녀의 정당·대선주자 지지도가 극단적으로 갈렸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국민의힘은 대외적으로는 조사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7월 조사에 응한 20대 여성 표본 수는 57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안다”며 “표본이 너무 적었기 때문에 수치 자체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2030 여성의 ‘국민의힘 비토(거부)현상’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일대일 구도를 가정했더니 20대 여성의 이 지사 선호도는 41.4%로 윤 전 총장(12.7%) 보다 3배 이상 높았다.
30대 여성에서도 이 지사(47.7%)와 윤 전 총장(21.5%)간 차이가 두 배 넘게 벌어졌다.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야권에 대한 2030 여성의 낮은 지지도가 대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구도에서 ‘여가부 폐지론’ 등 젠더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주장이 국민의힘 인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야권에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국민의힘 유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지난 6일 나란히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준석 대표도 “여가부가 지금 형태로 계속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대선후보가 되실 분들은 여가부 폐지 공약을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여성계는 야권의 여가부 폐지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을 규탄했다. 여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도 국민의힘을 겨냥해 “혐오와 분열을 자극하거나 그에 편승하는 정치는 위험하다”고 일갈했다.
여가부 폐지론이 젠더 갈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이 대표는 급히 ‘작은정부론’으로 화제를 돌렸다. 이 대표는 “여가부 폐지 문제는 작은정부론과 닿아있다”며 여가부 외에 축소·폐지해야 할 부처로 통일부를 거론하기도 했다.
오형주/좌동욱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