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때린 재산세…"한 달치 월급 고스란히 세금으로"

입력 2021-07-09 17:43
수정 2021-07-15 16:26

서울 송파구 장미아파트(전용면적 82.5㎡)에 거주하는 A씨는 올해 7월 재산세 납부액으로 238만원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7월분(191만원)보다 24.4% 올라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다. A씨는 “7월분과 9월분 재산세를 합치면 한 달치 월급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내야 한다”며 “가계 운영에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올해 7월분 재산세 고지서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서울 곳곳에선 최고 30% 인상된 고지서를 받은 주택 소유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는 재산세를 감경하기로 했지만, 10곳 중 4~5곳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처지다. 인상률 30% 육박 단지 속출
9일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은 지난 6일부터 7월분 재산세 고지서 발송에 들어갔다. 주요 지역 주택 보유자의 재산세 부과금액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불어났다. 서울 강남뿐 아니라 강북에서도 세 부담 상한선인 30%(공시가격 6억원 초과)에 육박하는 재산세 인상률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76.8㎡)의 7월분 재산세는 235만원으로 전년(185만원)보다 27.0% 올랐다. 마포구 래미안웰스트림(84㎡)은 7월 재산세가 27.4% 오른 151만원으로 통보됐다. 용산구 한가람아파트(85㎡)는 지난해 179만원에서 올해 225만원으로 26% 뛰었다.

이들 주택의 재산세가 치솟은 것은 재산세 과세표준인 공시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5%, 서울은 19.89%에 달한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B씨는 “은퇴 후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매년 재산세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며 “세금을 내기 위해 대출을 받거나 일자리를 찾아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총재산세 증가율은 꺾였지만애초 정부는 “올해부터 재산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지방세법 개정안에 따라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는 재산세 표준세율이 0.05%포인트 인하됐기 때문이다.

특례 세율을 적용하면 공시가격 2억5000만~5억원 주택은 7만5000~15만원, 5억~9억원 주택은 15만~27만원가량 재산세가 줄어든다. 이는 2023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행정안전부가 이 같은 개정안을 적용해 추산한 결과 올해 전국 주택분 재산세(7·9월 부과치 합산) 부과금액은 5조9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부과금액 5조7000억원 대비 3%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증가율 13%에 비하면 상승폭이 크게 꺾인 것이다.

이 같은 증가율은 2013년 0.6% 증가한 이후 8년 만의 최저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산세 부과액 증가율은 매년 두 자릿수를 나타내왔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세율 인하로 연간 5124억원의 세제 지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곳 중 4~5곳은 감경 못 받아상당수 지역에서는 재산세 감경효과를 체감하지 못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공시가격 9억원이 넘는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주요 지역은 대부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공동주택은 전국 기준으로는 52만4000가구(3.7%)이며 이 중 41만3000가구가 서울에 몰려 있다. 서울 소재 주택의 16.0%가 공시가격 9억원을 넘는다.

올해 기준 전체 주택 1877만 채 중 감경 혜택을 받는 1주택 가구가 보유한 주택은 1087만 채로 57.9%에 해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42.1%는 급등한 공시가격에 따른 재산세 부담을 그대로 떠안게 됐다는 얘기다. 원종훈 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장은 “지역별로 재산세 부담에 대한 온도 차가 있을 수 있다”며 “연말 종합부동산세까지 더하면 고가 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은 더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