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바꾼 예술가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전통을 파괴하고 혁신을 꾀한 것. 스트라빈스키와 피카소도 같은 과였다. 둘은 동시대인들이 불편해할 정도로 관행을 깨트렸다. 스트라빈스키는 ‘봄의 제전’을 통해 불협화음의 미학을 선보였고, 피카소는 ‘아비뇽의 여인들’로 입체주의 시대를 열었다. 둘은 장르만 다를 뿐 사람들을 일깨운 혁명가였다.
《클래식 인 더 뮤지엄》은 미술과 클래식 음악에 응측돼 있는 시대정신을 짚어낸다. 음악평론가 겸 작가인 진회숙이 감정, 현대, 종교 등을 주제로 예술가와 작품을 엮어서 소개한다. 저자는 “음악과 미술, 역사와 삶은 끝없이 교차한다”며 “음악과 미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주하고 우리 일상으로 스며든다”고 설명한다.
책은 저자가 2008년 발간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의 개정증보판이다. 초판에선 예술과 종교를 엮은 장에서 로댕의 ‘신의 손’만을 소개한 데 비해 개정판에선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를 함께 설명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진 ‘현대 예술’을 깊이 있게 다룬다. 존 케이지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등 현대 음악가와 마르셀 뒤샹으로 대표되는 다다이즘 미술을 엮어내기도 한다.
저자는 음악과 미술이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한다. 노래나 그림이 예술가에게 직접 영감을 주기도 한다. 이탈리아 작곡가 레스피기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소재로 관현악곡인 ‘세 개의 보티첼리 그림’을 썼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프랑스 화가 뒤피는 모차르트의 천진난만함을 ‘모차르트에게 헌정함’으로 그려냈다.
시대를 막론하고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소재는 ‘죽음’이다. 인간이 맞이하는 최후의 날을 숱한 예술가들이 표현했다. 미켈란젤로는 ‘최후의 심판’으로, 베르디와 모차르트는 ‘레퀴엠’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표현했다. 헝가리 작곡가 리게티는 오페라 ‘그랑 마카브르’를 통해 죽음을 우스꽝스럽게 들려주기도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