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의 올해 임금협상이 13일 만에 마무리됐다. 보통 6~7개월 걸리던 임금협상을 창사 이후 최단 기간에 끝낸 것이다. ‘남매의 난’을 거쳐 아워홈 경영권을 쥔 구지은 부회장(대표·왼쪽)이 직접 협상테이블에 나가 초단기 협상 타결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워홈은 올해 임금협상을 마치고 지난 7일 서울 마곡동 아워홈 식품연구센터에서 임금조정 조인식을 열었다고 8일 밝혔다. 올해 임금교섭은 지난달 25일 시작해 13일 만에 마무리됐다. 아워홈 창사 후 가장 빠른 타결이다. 아워홈 노사는 통상 매년 3월께 임금교섭을 시작해 10월께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올해 임금 인상률은 최근 5개년 평균 임금 인상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결정했다.
아워홈 노사가 협상을 빠르게 마무리한 데는 구 부회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임금 인상안 외에도 직원들의 사소한 민원까지 들은 뒤 합리적인 수준의 요구는 즉각 제도화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차휴가 촉진제 미적용’이 대표적인 개선 내용이다. 연차휴가 촉진제는 근로기준법 61조에 따라 사측이 연차휴가 사용을 촉진했을 경우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측의 금전적 보상 의무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일부 직원들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수당을 받길 원하는 이들의 자율성을 인정해달라”고 제안했고, 구 부회장은 이를 받아들여 올해부터 연차휴가 촉진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보고 체계 간소화, 건강검진 제도 개선, 복장 완전 자율화, 백신 휴가제 등이 이번 협상을 통해 즉시 적용된다. 고재균 아워홈 노조위원장은 “부회장이 노사 대화에 직접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큰 공감대를 형성하며 신속하게 합의안을 도출해 준 사측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보복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오빠 구본성 부회장을 밀어내고 아워홈 단독 대표 자리에 올랐다. 소모적인 내부 갈등을 최소화하고 회사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이번 임금협상을 직접 챙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워홈 관계자는 “임금협상은 물론 직원들의 민원을 수렴하고 이를 수용해 제도화하는 데 2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며 “직원들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