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가 보유한 예금과 현금은 2000조원, 주식과 펀드의 가치는 1000조원을 넘어섰다. 모두 사상 처음이다. 하지만 저금리 여파로 가계의 현금성자산 중 일부가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금융자산 중 예금과 현금의 비중은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1년 1분기 자금순환’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말 가계(개인사업자 포함)·비영리단체의 현금·예금 잔액은 2010조4434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작년 3월 말보다 161조1152억원(8.7%) 늘었다. 1분기로만 보면 42조465억원(2.1%) 증가했다.
가계의 현금·예금이 증가한 것은 기본적으로 소득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명목소득에서 가계 씀씀이를 뺀 소득)은 지난 1분기 351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은 작년 1분기(3.7%), 2분기(5.5%), 3분기(4.0%), 4분기(2.3%)에 이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바깥 활동과 씀씀이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씀씀이가 줄어든 만큼 여윳돈이 늘어난 것이다. 영화 관람료와 헬스장 이용료 등을 나타내는 오락·스포츠·문화비 지출은 올 1분기 12조6700억원으로 2013년 1분기(12조4799억원) 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가계의 음식·숙박서비스업 지출액도 지난 1분기 18조4901억원으로 2013년 4분기(18조4173억원) 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가계의 뭉칫돈은 상승 곡선을 그리는 주식시장으로 흘러갔다. 가계는 지난 1분기 주식과 펀드를 51조4897억원어치 매수했다. 분기 순매수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여기에 주가가 오르면서 지난 3월 말 가계의 주식·펀드 잔액은 1053조355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2020년 3월 말(646조8026억원)과 비교하면 406조2329억원(62.8%) 늘었다.
가계가 보유한 주식 펀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주식 가치는 887조400억원, 해외 주식 가치는 5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쥐고 있는 투자 펀드 가치는 108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보유주식이 늘면서 금융자산(4646조2000억원) 가운데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3월 말 20.3%로 사상 처음 20%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예금의 비중은 41.0%로 작년 3월보다 3.2%포인트 하락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