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대어' 노린 고액 자산가들, 상반기 공모주펀드 쓸어담았다

입력 2021-07-08 18:34
수정 2021-07-09 02:07
슈퍼리치(고액 자산가)들이 공모주펀드로 몰려들고 있다. 삼성그룹주, 국고채 등 안전자산으로 불리던 투자처 대신 공모주펀드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다음달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등 기업공개(IPO) 대어(大魚)들이 줄줄이 상장을 앞두고 있는 만큼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모주펀드로 쏠리는 이유는? 8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자산을 갖고 있는 고객(약 1만3000명)들이 올 상반기 순매수한 펀드 상위 10개 가운데 총 7개가 공모주펀드로 조사됐다. 역대 가장 많은 공모주펀드가 상위권을 독식했다. 공모주 청약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공모주 배정 혜택이 있는 관련 펀드에 슈퍼리치들의 돈이 몰려든 영향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슈퍼리치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펀드는 ‘KTB블록딜공모주하이일드펀드’로 집계됐다. 채권에 투자하면서 공모주를 배정받아 수익을 내는 기존 공모주하이일드펀드에 블록딜이라는 추가 수익 구조가 더해진 펀드다.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하이브 주식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매각할 때도 기관투자가로 참여해 100억원 수준의 물량을 받았다. 기관투자가만이 블록딜에 참여할 수 있는 이점을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슈퍼리치들이 몰려들었다. 2위는 블록딜을 뺀 ‘KTB공모주하이일드펀드’가 차지했다. ‘스팍스프라임공모주펀드’가 뒤를 이었다. 고액 자산가들은 1~3위 펀드에 평균 2억원 이상씩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트러스톤공모주알파펀드’(6위), ‘현대인베스트먼트공모주하이일드펀드’(7위), ‘DGB똑똑공모주알파펀드’(8위), ‘흥국공모주하이일드펀드’(9위) 등이 상위 10개 펀드에 이름을 올렸다.

공모주펀드의 열기는 올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SK바이오팜, 하이브(빅히트), 카카오게임즈,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IPO 대어들이 상장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데다 상장을 대기 중인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가 ‘따상’(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 형성한 뒤 상한가)을 노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은 “공모주하이일드펀드의 경우 채권 6, 주식 4의 비중을 두고 있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고액 자산가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라며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슈퍼리치는 이것도 담았다공모주펀드를 제외하곤 국내 대표 사모펀드 운용사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공모펀드 ‘타임폴리오위드타임’(4위)에 고액 자산가의 자금이 집중됐다. 타임폴리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재간접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정보기술(IT) 업체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코어테크’(5위), 소비 회복 수혜주, 경기민감주 등을 담고 있는 ‘신한컨택트알파목표전환형’(10위)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해외 펀드 가운데선 ‘미래에셋차이나그로스’가 삼성증권 고액 자산가들이 올 상반기에 가장 많이 사들인 펀드로 올라섰다. 지난해 순위는 6위였다. ‘KTB글로벌멀티에셋인컴EMP’, ‘삼성픽테프리미엄브랜드’, ‘한국투자글로벌전기차&배터리’,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 등도 상위 5개 펀드에 포함됐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