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은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사회안전망 세 가지로 구성돼 있고, 그중 그린뉴딜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자원 확대를 목표로 한다.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인 혁신성장 성과 측정의 바로미터 중 하나인 실질 설비투자증가율이 금융위기(-8.1%) 후 가장 낮은 -7.48%를 기록했고, 다른 지표로도 혁신성장이 성공적이라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에너지 신산업 발전이라는 혁신성장으로 포장된 그린뉴딜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2018년 기준, 발전량 믹스의 8.2%를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를 2030년 최소 38.4%까지 증가시킨다는 목표하에 밀어붙이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전남 신안의 해상풍력단지 건설이다.
신안 해상풍력단지는 발전설비 용량이 8.2GW로 한국형 신형 원전 6기 규모에 해당하는 거대한 사업이다. 똑같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원인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은 중단하면서, 경제성 평가도 이뤄지지 않은 대규모 풍력단지 건설사업은 ‘풍력발전특별법’까지 제정해 서두르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 건강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 배출을 합리적으로 줄여가는 것이지,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를 보여주기식으로 건설하는 쇼맨십이 아니다.
우선, 전원 믹스를 고려할 때 8.2GW의 풍력단지는 전력공급 운영체제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간헐성이라는 큰 제약이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하면 전력수요 변화에 맞춰 쉽게 발전량을 조절할 수 있는 LNG 등의 발전원이 더 많이 필요하다. 석탄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출력상한제 제한을 받고 있고, 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해 줄 신규 LNG 발전소 건설도 충분치 않다. 이 정부 들어 신규 사업 허가가 난 LNG 발전소는 네 곳뿐이며 이 중 가동에 들어간 곳은 0.15GW 용량의 남제주복합뿐이다.
이미 100% 출력 운전에 최적화된 원전 신고리 3·4호기의 발전량을 2020~2021년 세 차례 수요 감소에 대응해 300㎿씩 감발한 선례가 있다. 값비싼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해 실시간 발전량 조정이 불가능하고, 감발 위험성이 높은 값싼 원전의 발전량까지 줄이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 2기에 해당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보탠다는 것은 경제적 전력 수급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신안의 해상풍력 대단지 건설에는 48조5000억원이 들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에는 10조원이 필요하다. 건설비는 5배 차이 나는데 해상풍력은 바람의 간헐성에 따른 계절적 차이 등을 반영할 경우 발전용량의 25~30%만 발전할 수 있어 발전량 자체는 신한울 3·4호기보다도 작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해상풍력의 균등화 발전비용(발전 관련 총비용을 총발전량으로 나눈 단가)은 ㎾h당 281.8원이고, 사고 위험을 포함한 원전의 균등화 발전비용은 ㎾h당 65.82원으로 해상풍력 비용이 원전의 4배가 넘는다. 송전탑 건설비용까지 더하면 원전 대비 신안의 해상풍력 생산단가는 10배 이상이 될 것이다.
셋째, 전남 신안에 대한 입지 평가와 풍력 대단지의 경제성 평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서두르려는 정부 의도가 의심스럽다. 호남의 한 시민단체는 선거 때마다 시혜성 대형 국책사업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이 지역민을 우민 취급한다고 반발하고 있고, 수산업계도 생업 피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월성 1호기 폐쇄를 위해 원전가동률까지 조작해 원전의 경제성에 착시현상을 일으킨 정부가 한술 더 떠서 값비싼 전기를 국민에게 강제로 팔려고 한다. 여러 가게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물건 고르듯 전력 구매를 선택할 수 없는 국민은 그저 당할 수밖에 없다. 원전의 조기 폐쇄에도 국민적 합의가 없었듯이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비효율적인 전력 수급과 다가올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사회적 논의도 없다. 풍차를 성장의 엔진으로 착각하고 돌진하는 돈키호테 정부다. 과연 2021년 무덥고 습한 여름을 전력난 없이 버텨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