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으로 정치권이 시끄럽습니다. 대권에 도전하는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여가부 폐지' 카드를 꺼낸 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여가부 같은 것들이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안 좋은 방식"이라며 "나중에 우리(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되실 분이 있으면 그 폐지 공약은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라고 주장했는데요.
그러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여성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특정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여가부 폐지 주장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30대 초선인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은 성평등 실현의 가치를 쉽게 무시하고 젠더갈등을 부추긴다"며 "출발선이 다른 데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이미 평등이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이 여가부 폐지에 두손 두발 들고 반대하고 나섰지만, 사실 민주당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폐지를 당론으로 추진했습니다.
민주당은 김태년 의원이 원내대표였던 지난해 "일하는 국회법을 만들겠다"며 여가위 폐지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개정안에는 김 의원을 포함 176명의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이 발의에 참여했습니다.
개정안 제37조제1항제10호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문화체육관광여성가족위원회로 변경하고 △위원회 소관 사항에 여성가족부 소관 사항을 추가하며 △여성가족위원회는 폐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여가위는 국회 내에서 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원이 단독으로 소속된 위원회가 아닌 겸임으로 소속된 겸임 상임위입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상임위가 월 4회 이상 회의를 열어야 하는데, 여가위를 겸임하는 의원들은 현실적으로 회의에 두 배로 참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여가위 폐지를 추진한 겁니다.
민주당이 여가위 폐지는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여당이 그토록 여성 정책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여가위 폐지가 아닌 단독 상임위로 격상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여가부는 과거 장자연 사건의 증언인인 윤지오 씨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 씨에 대한 지원이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윤미향 민주당 의원이 연루된 정의기억연대 횡령 의혹과 관련, 정의연에 대한 여가부 예산 지원 현황을 제출하라는 국회 요구도 무시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태 때는 늑장 대응했습니다. 여가부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가진 국민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부처 통·폐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로 정보통신부는 과거 MB 정부때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쪼개졌습니다. 새로 집권한 대통령이 조직의 기능과 성과, 효율성을 따져 결정한 일입니다.
여가부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업무와 성과를 되돌아 보고 평가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여가부 폐지 주장을 무조건적인 '여성 혐오'로 비난하는 건 젠더 갈등을 정치에 역으로 이용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비생산적인 젠더 논쟁이 아닌, 여가부가 지금까지 여성과 가족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논의를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조미현 기자